19세기 초 영국 가내수공업 근로자들은 하루에 보통 13~14시간씩 일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사회에 관한 새 견해'라는 책을 쓴 로버트 오언이 스코틀랜드 뉴래너크라는 마을에서 방직공장을 인수하면서다. 그는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줄이고도 상당한 이익을 냈다. 이후 영국은 1848년 하루 10시간 근무를 법으로 못 박았다. 미국은 1886년 8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주 40시간 근로제가 확산됐다.
과로사를 뜻하는 가로시(karoshi)가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일본인들은 오래 일한다. karoshi가 'kwarosa'(과로사)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길다. 연평균 2069시간으로, 35개 회원국 평균보다 305시간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쉼표 있는 삶'과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했다. 우리나라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근무(12시간)와 휴일근무(8+8시간)를 합쳐 주 68시간까지 가능한데 이를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일수당을 1.5배 지급하는 내용의 3당 합의안이 올라와 있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에 이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까지 밀어붙이려 하자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기단체들은 12일 "근로시간을 한번에 24% 줄이면 공장을 돌리지 말라는 얘기다"라며 반발했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27만명 수준인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추가로 44만명이 모자랄 것이라고 우려한다. 8조6000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생긴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들은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제를 제시했다. 노사가 동의하면 주 8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이 제도는 2015년 노.사.정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주 근로시간은 60시간(40+12+8)까지 늘어 중소기업은 여유가 생긴다. 24%를 한 번에 줄이지 말고 12%씩 나눠서 줄이자는 얘기다. 하지만 3당 합의안에는 빠졌다.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는 물론 옳다. 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과 같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