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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아니면 사퇴" 승부수 던진 安… 국민의당 격랑속으로

재신임카드 꺼낸 안철수‘통합’ 전당원투표에 부쳐
정치생명 건 배수진.. 반대파는 ‘安 사퇴’ 촉구
극에 달한 내분 ‘분당 수준’
국민의당發 정계개편 속도.. 국민.바른 합쳐도 방향 달라
제3 중도정당은 쉽지 않을듯

"통합 아니면 사퇴" 승부수 던진 安… 국민의당 격랑속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내걸고 전당원 투표를 통한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9석의 국민의당이 11석의 바른정당의 통합 이후 시너지 효과가 얼마가 될지를 놓고도 의견은 엇갈린다. 결국 원내 3, 4당이 합당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탈 규모가 통합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통합은 국민의당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 의원들의 반발이 얼마나 당원들에게 영향을 줄 지가 양당 통합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의원총회에선 안 대표 불신임결의안 채택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져 내분은 극에 치닫고 있다.

■국민의당 내분 극대화..이탈 가능성↑

이날 안철수 대표는 의총 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직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전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안 대표가 기습적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자신의 거취까지 내놓으며 배수진을 쳤다는 점에서 국민의당발 야권 정계개편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규모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느냐다. 39석의 국민의당에선 20석 이상의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규모가 만만치 않다.

안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열린 의총은 당의 내분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충분했다.

통합반대파인 유성엽, 최경환 의원이 이날 의총장에 불참한 안 대표를 겨냥해 "끌고라도 오라"고 주장하자 안 대표 측 인사인 송기석 의원은 "말을 가려하라"며 반발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의총 중간에 나와 "안 대표는 오늘 이순간 대표 자격을 잃었다"며 "가만히 앉아 당적이 바뀔 판이다. 바른자유국민당이 될 판인데 보수 적폐세력과의 연대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 불신임 결의안 채택 여부에 대한 브리핑을 놓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통합반대파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안 대표 불신임 결의안에 대해 "의결됐다"고 밝히자, 안 대표 측 김수민 원내대변인과 김철근 대변인은 즉각 "말조심하라. 의결 안 됐다"고 반발했다.

결국 중립파인 김동철 원내대표가 나서 "의결이란 용어를 쓰기보다는 총의를 모았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정리했다.

당의 분열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결국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강행할 경우 반대파를 중심으로 한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반대파에선 39명 중 11명 정도를 통합 찬성으로 추산, 나머지 28명은 통합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통합 찬성파 11명과 바른정당 의원 11명이 뭉쳐 새로운 소규모 원내교섭단체 정당이 만들어지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11석의 바른정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보수통합을 외치며 자유한국당으로의 재입당을 원하고 있어 정체성이 다른 국민의당과의 화학적 결합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로 인해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외연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같은 상황 탓에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우리 내부적으로도 의논을 해보고 제 입장을 밝힐 때가 되면 말씀을 드리겠다"며 "지금은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까지 통합과 관련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전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통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이 같은가 하는게 문제"라며 "숫자에만 의존하면 우리가 하려는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이루기 어렵다.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당에서 추가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은 21일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당과 통합을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제3의 중도정당 탄생할까

온갖 어려움 속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실제 통합에 성공해도 제3의 중도정당 탄생 여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과 영남에 기반을 둔 바른정당이 색깔을 넘어 이념적으로 중도정당을 표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현재 상황으로는 안 대표는 외연확장과 핵심지지 기반을 모두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 외연확장과 핵심지지 기반 교체로 통합을 적극 밀어부치고 있다.

이같이 안 대표가 중도 외연확장을 외치며 '중도'를 외치고 있지만, 유승민 대표는 아직도 '보수' 중도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견차가 여전하다.

앞서 정동영 의원이 언급했듯 국민의당 내 반대파 의원들 또한 '보수'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정당사에서 이념적으로 중도정당이 거의 없었다는 점 또한 양당 통합이 새로운 정치적 실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의 밑바닥 정치적 칼라 자체가 달라 썩 잘 어울리지는 않다"며 "맹목적인 통합이라는 명분만 같은 상황이다. 통합된다 해도 전당대회를 통해서 정치적 목표와 노선을 선택하는 과정서 상당한 어려움과 여러가지 불협화음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일단 21일로 예정된 손학규 고문의 귀국이후 손 고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중도정당 탄생 촉매제가 될수도, 통합 무산을 촉진시킬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모두 거친 손 고문이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간 가교 역할을, 당내에선 통합파와 반대파의 이견을 조율 할 수 있어서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손 고문과의 통합 논의 여부와 관련 "(손 고문이) 미국 가시기 전에 어느정도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다음에는 미국 계시는 동안 이 문제로 깊이있는 논의는 못했지만 귀국하시면 의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