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 This May 30, 2017 file photo, shows Saudi Crown Prince (AP Photo/Pavel Golovkin, Pool, File)
세계적인 에너지 부국으로 미국의 주요 에너지 수입처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대로 미국의 셰일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다. 현지에서는 미국산 셰일 에너지의 위상이 그만큼 상승한 결과라며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인 텔루리언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LNG를 수입하기 위해 협상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초기 단계라며 아람코가 LNG 수입을 위해 다른 미 기업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아람코가 이외에도 미국의 주요 셰일 에너지 산지인 이글포드와 퍼미안 분지의 에너지 관련 자산들을 인수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생산하는 사우디는 필요한 자원을 자급자족할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해당 자원을 수입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에너지 수입을 검토하는 것은 정치·경제적인 변화 때문이다.
우선 양국관계가 최근 더 없이 좋아지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가까스로 나아지던 이란과의 관계를 다시 악화시키며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와 관계를 강화했다. 이달에도 사우디를 방문한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진) 왕세자와 미국산 LNG 수출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석유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점차 이를 천연가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다.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탈석유 정책과 더불어 미국 상장을 앞두고 있는 아람코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석유를 아껴야 한다. 석유를 태우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만큼 남는 석유는 내다 팔아 아람코의 매출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현재 사우디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4.5%에 해당하는 천연가스가 묻혀있지만 유황 성분이 많아 생산비가 비싸기에 캐서 쓰느니 사오는 것이 낫다.
미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에너지 종주국인 사우디가 미국산 셰일 에너지에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 기념비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부터 기술발전에 힘입어 셰일지층에 묻힌 석유와 천연가스를 캘 수 있게 되면서 두 자원을 합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사우디에서 수입하는 석유 및 관련 상품 규모는 지난 9월 한달간 2027만2000배럴로 최근 30년만에 가장 적었다. 미 컬럼비아 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 연구소의 제이슨 보도프 소장은 이번 협상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놀랍다"며 "셰일 혁명이 얼마나 극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상기시켜 주는 사례"이라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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