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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끼리 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뒷수습하다가 스트레스로 자살한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는 "사고 수습이 미흡했다"며 고인을 해고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고 신모씨의 부인 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신씨는 2010년부터 충남 천안의 LCD 검사장비 제조·판매 업체인 A사에서 영업고객지원본부 SE고객지원팀장으로 근무했다. 사고는 2014년 9월 중국 소주에서 발생했다.
신씨는 부하 직원과 출장 지역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후 신씨는 숙소로 돌아왔으나 나머지 직원들은 접대부가 있는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기다가 부하 직원간 싸움이 벌어졌고 한 직원이 넘어지면서 시멘트 부위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사망했다. 신씨는 해당 사건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
신씨는 대표의 지시에 따라 거래처에 이 사실을 숨기는 등 뒷수습을 맡았다. 이후 신씨는 예정보다 하루 일찍 출장을 마치며 대표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때문에 귀국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표는 신씨에게 중국 공안에 출석해 사건 경위를 진술할 것을 지시했지만 신씨는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시를 거부했다.
신씨는 사망 사건 이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통원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최소 2개월에서 3개월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진단서를 발급했다. 신씨는 회사 상무에게 이를 보고 했고 상무는 '곧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니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신씨는 이틀 뒤 자살을 기도했다.
2014년 11월 10일 A사는 예정대로 징계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징계 인사위원회는 △관련 기관의 협조를 무시하고 임의로 귀국해 회사 이미지 실추 △ 출장자들에 대한 관리 미숙 △보고 미흡으로 회사의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 입힘 등을 근거로 신씨를 해고하기로 의결했다. 결국 같은 달 17일 신씨는 자택에서 목을 매고 세상을 등졌다.
신씨 부인인 임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사망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상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으나 관리자로서 그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결국 임씨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씨는 사고와 관련돼 A사의 무리한 업무지시와 징계해고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씨에 대한 해고 통보 역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씨는 신속히 사고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상부의 지시를 모두 이행했다"며 "건강 악화로 사고 수습을 위해 출장 명령에 응하기 어려웠는데도 징계 해고 처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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