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해 국가가 몰수, 보관한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사진)를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 관리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보관장소와 방법이 적절치 않아 현재 작품이 일부 훼손된 상태로, 적절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검찰에 국립현대미술관 위탁관리 등 처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신 화백의 1987년작 '모내기'는 상단에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잔치하는 사람들이, 하단에는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 양담배 등을 써레질하는 장면이 그려진 유화다.
검찰은 1989년 이 작품이 이적표현물이라며 압류, 신 화백을 기소했고 1999년 파기환송심에서 신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와 그림 몰수가 선고됐다.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이 그림이 사회적인 이목을 끈 중대 사건의 증거물이라고 판단해 영구보존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다.
이후 신 화백에 대한 선고가 2000년 특별사면으로 실효되자 문화예술단체들은 '창작의 자유'를 내세워 작품의 반환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거부했다.
2004년에는 유엔인권이사회가 그림을 작가에게 반환하라고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현행법상 몰수 처리된 물건을 원소유자에게 반환할 방법이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날 법무부는 작품이 더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관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모내기'는 처음 압수할 당시 접어서 보관하는 바람에 접힌 부분의 물감이 떨어져 나가 자국이 생기는 등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