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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은 바닥인데..첫해 성적표, 예상 보다 양호

트럼프 지지율은 바닥인데..첫해 성적표, 예상 보다 양호
AP연합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7년 내내 엉망였다. AP 통신은 지난달 트럼프의 지지율이 32%로 취임 1주년을 앞둔 대통령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다. NBC와 WSJ 최근 폴에 따르면 여성의 62%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집권 첫해 성적은 완전 낙제점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공약 이행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트럼프의 공약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 입장에서 트럼프는 나름 노력한 대통령이었다. 우선 트럼프는 주요 공약인 세제개혁을 이뤄냈다. 또 오바마케어의 완전 폐지에는 실패했지만 오바마케어 핵심 가운데 하나인 의무가입 조항은 제거됐다. 트럼프는 이를 "오바마케어의 사실상 폐지"라고 자랑한다.

입법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 공약들도 다수 실천에 옮겨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외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아랍권의 강력한 반발과 동맹국들의 우려에 굴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선언했다.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결국 발을 뺐다.

트럼프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해온 규제 철폐와 완화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인터넷망 중립성 폐지가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연방정부 기관들에 새로운 규제를 하나 만들 때마다 기존 규제 2개를 철폐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목표는 초과 달성됐다. 작년 1월~9월 새로 생겨난 규제는 3건, 사라진 기존 규제는 67건였다. 백악관 예산국(OMB)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1579건의 당초 계획됐던 규제 조치들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보규제업무국(OIRA)의 네오미 라오 국장은 규제 철폐로 연간 5억7040만달러의 비용이 절약된다고 밝혔다.

세제개혁 등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사법부의 인적 구성도 공화당에 다소 유리하게 개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원이 트럼프가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원 판사, 그리고 12명의 연방순회법원 판사들을 승인한 것은 임기 첫해 기준으로 상당한 성과며 사법 시스템에 향후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2017년 가장 큰 자랑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다. 증시의 S&P500 지수는 2017년 약 20%, 다우지수는 25% 가량 상승했다. 실업률은 4.1%로 17년 최저 수준이고 미국의 GDP는 2분기와 3분기 연속 3% 이상 성장했다. GDP는 4분기에도 3% 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미국 경제는 2005년 이후 처음 3개 분기 연속 3% 이상 성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10월 말 실시된 NBC와 WSJ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잘 하고 있다는 견해가 42%로 부정적 평가 37%를 앞섰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화당원 비율은 버락 오바마 집권 말기인 2016년 11월 불과 8%에서 2017년 11월 59%로 급증했다. 최소한 트럼프의 공약 이행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자료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