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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교사 방학때 복직.. 실업자 되는 기간제교사

정규교사 방학때 복직하자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 일쑤
학기별 쪼개기 계약도 여전

정규교사 방학때 복직.. 실업자 되는 기간제교사

기간제 교사들이 방학에 '보릿고개'를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휴직한 정규직 교사들이 업무 강도가 낮은 방학 기간에 복직, 이들을 대체한 기간제교사는 일자리를 뺏기는 셈이다. 일부 학교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근로계약 때 방학 기간을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을 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기간제교사 A씨(36.여)는 올 겨울 실업자 신세가 됐다고 3일 말했다.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가 겨울 방학 기간에 복직의사를 밝혀 이제 A씨와 계약을 계속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A씨가 학교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정규 교사가 복귀하면 기간제교사는 남은 계약 기간과 관계없이 해직된다'고 돼 있어 말 한마디 못한 채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A씨는 "방학 때마다 잘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다행히 올해는 10개월 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규교사 복직에 "계약 중단"

학교로부터 갑작스럽게 계약해지된 기간제교사 B씨는 최근 청와대에 '기간제교사에게 적용되는 일방적 계약 해지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청원했다. B씨는 경남지역 학교에서 1년 2개월간 기간제교사로서 계약기간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학교 근처로 이사까지 했으나 2개월 뒤 일방적으로 내쫓겼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교원이 갑자기 복귀했다는 게 이유였다. B씨는 "(정규 교원이 복귀한다고 해서) 기간제교사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침상 정규교원이 복직하는 경우 학교는 기간제교사에게 30일 전 해직 통보만 하면 된다.

학교가 월급을 덜 주기 위해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계약하기도 한다. 채용공고는 1년 계약인 것처럼 내면서 실제로는 여름, 겨울방학을 빼는 방식으로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간제 교사들은 근무기간 1년이 되지 않아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또 방학기간을 뺀 채 1학기 계약을 맺는 경우 근무일수가 적어 실업급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기간제교사들은 쪼개기 계약으로 방학기간마다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전기련) 대표는 "기간제교사도 방학이 되면 학생 상담을 하고 생활기록부 정리, 연구 등을 해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계약을 해주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방학에 해고됐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속만 끙끙 앓는다"고 털어놨다. 전기련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2일까지 '기간제교사 차별 시정 요구'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00명 중 가장 많은 52.8%는 쪼개기 계약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 부당한 계약이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유 없이 방학기간을 제외하는 계약을 시정하라'고 전국 17개 교육청에 권고했다. 시정 기한은 12월 31일까지로, 대부분 교육청은 현재 '기간제교사 운영지침'을 수정하고 있다. 복수의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정규교사들의 휴직기간과 동일하게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이때 방학기간을 포함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기간제교사 운영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 초 운영지침이 개정되면 쪼개기계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정규교사 가운데 방학 기간에 복직해 월급을 지급받는데 학교장이 복귀사유가 충분한 지 판단해 (꼼수를) 근절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쪼개기 계약, 개선 시급"

기간제교사들은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노동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전기련 등은 오는 6일 기간제교사 노조 총회를 열어 향후 교육당국에 쪼개기계약 등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방침이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학교에서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 기간만 계약에서 제외하고 개학하면 다시 근로계약을 맺는 것은 전형적인 쪼개기계약으로 보인다"며 "또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방학 기간에 정규 교원 복직으로 기간제교사가 해직되는 문제는 학교차원에서 복직 심사를 철저히 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