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 지난해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꼽았다. 말라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를 일컫는 말로, 스스로를 욕심이나 의욕이 없어 말라버렸다고 표현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할 의욕도 없이 편한 것만 추구하는 청춘'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역동적인 꿈으로 가득했던 청년들이 어떻게 생기를 잃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는 사회 공동의 논의를 위해 청년층의 현실과 해결책 등을 2회에 걸쳐 진단한다.
"젊은 놈이 놀고 싶어 일을 안 한다"는 오해에 무직 청년들은 서럽다. 이들은 "잇단 구직 실패 때문에 무기력해진 것"이라고 항변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구직활동을 하지 않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172만3000명으로, 통계청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다. 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지도, 일을 하지도 않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취직 실패 반복, 이후 방에서만
안예빈씨(가명·27·여)는 니트족에 속한다. 사립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지만 어학실력을 발휘하고 싶어 직업훈련을 받고 호텔에 취직했다. 그러나 3교대 일정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했다.
안씨 부모는 이혼했다.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다. 안씨는 "여러번 도전한 취직이 실패를 거듭한데다 어학성적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등 너무 힘들어 소극적으로 변해버렸다"고 털어놨다. 니트생활을 한지 1년 반이 지났다.
안씨는 이력서를 여러 군데 냈지만 '광탈(이력서가 빛의 속도로 탈락한다는 뜻의 신조어)'했다. 반강제 니트족 생활을 하며 우울증도 앓았다. 언제부턴가 친구들과 약속도 잡지 않고 슬픈 노래만 들으며 방에 틀어박혀 있다.
그는 "자신감이 떨어져 자기소개서는 아예 쓰기도 싫어졌다. 탈락할 때마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가'싶어 서글퍼졌다"고 전했다. 취업 후 퇴사, 구직 실패, 우울증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그는 '장기 니트족'이 됐다.
■가난할수록 구직포기 많아
니트족은 "무위도식한다"는 시선을 받는다. '니트족 철학자'라고 소개된 한 일본인 저자는 2014년 출간한 책을 통해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나처럼 니트족이 되어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니트족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되면서 '요즘 청년들은 힘든 걸 버티지 못하고 눈만 높다'는 여론도 확산됐다. '니트족은 일하기 싫어서 놀고 먹는 젊은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니트족 대다수는 노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니트족이 '일부러 일하지 않는 청년'으로 잘못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일하기 싫어해서라기 보다는 경제적인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니트족 중 4000만원 이하 가구 자녀 비율은 26%, 8000만원 이하는 17%, 8000만원 이상은 14%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어학연수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비용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이를 통해 취업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청년들은 어렵다"며 "당사자의 노력만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