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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가족 접근금지명령에도 자녀 데리고 입국 40대 유죄 확정

미국에서 부인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자녀를 데리고 국내에 입국한 40대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미성년자약취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당시 6세, 4세인 자녀들의 의사에 반해 그들 어머니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피고인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02년 A씨와 결혼했지만 2008년 A씨에 대한 폭행을 이유로 미국 법원으로부터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동시에 자녀들의 임시 양육자 및 친권자로 부인 A씨를 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이혼 및 친권, 자녀양육권 등에 관한 재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자 2009년 11월 부인이 거주하던 집 앞에서 당시 6세와 4세인 자녀 2명을 면접교섭하기 위해 인계받은 뒤 자녀들을 데리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미성년자약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1, 2심은 “이씨는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의하지 않고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입국, 양육자 및 친권자인 부인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자녀들은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보호·양육받을 수 있는 이익을 빼앗겼다”며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유죄로 봤다.

1심은 다만 “범행이 이씨가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고 자녀들을 이용한 것이라기보다는 자녀들에 대한 부성애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양육권이 없는 부모의 범행으로서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징역 6월의 선고를 유예하며 감형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