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각국은 잇따라 가상화폐 열풍에 제동을 걸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구스만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대변인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가상화폐가 높은 위험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합법적 거래수단'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책임있는 당국이나 가격결정의 기준이 될 자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이 높고 투기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세탁과 테러자금 운반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이 같은 요소 때문에 금융시스템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구스만은 가상화폐가 합법적 거래수단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리스크가 발생하면 일반 사람들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우린 소비자들을 거품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그간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연일 경고해왔다. 지난 1일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현재 가상화폐거래소 규제가 필요한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한 가상화폐거래소의 은행 계좌를 동결 조치했다. 말레이시아 세무당국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트코인 월렛기업 '루노'의 현지법인 은행계좌를 전면 동결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거래소인 이 법인에서 계좌동결 직전까지 하루 평균 4000만링깃(약 107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세력의 정체와 자금출처, 자금주들의 납세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거래 주체들의 신원정보와 거래내역을 루노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진 않다.
필리핀 중앙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관련 거래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으며 베트남의 경우 이달 말까지 가상화폐 규제의 법적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가상화폐를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일본 시중은행의 가상화폐 발행 및 거래소 개설이 추진될 예정이다. 14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독자 개발 중인 가상화폐 'MUFG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소를 개설할 방침을 세웠다. 일본 은행의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소 개설 추진은 이번이 첫 사례로 MUFG는 올해 안에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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