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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기업이라도 사업 리스크 높으면 신용등급 강등... 모기업 지원 가능성 철저 검증

재무지표가 우량한 기업이라도 업황이나 사업 리스크가 현격히 높다고 판단되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시 낮은 점수를 받는다. 산업위험이 높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직전 재무제표가 우량하다고 해도 매출감소에 적자누적으로 재무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채권은행들이 기업 경영위험을 평가할 때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최고등급을 부여해서는 안되게 된다. 특히 모기업 지원과 증자, 부동산 매각 및 거액수주 계약 등으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경우 모기업의 신용도와 증자·매각 실현가능성 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및 워크아웃 운영 개선안'을 통해 채권은행들이 그동안 신용위험평가시 구체적인 이유없이 자의적 판단에 의존한 평가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는 △산업위험 △영업위험 △경영위험 △재무위험 △현금흐름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전체 1967개 기업에 대해 40% 이상 중간등급으로 평가했다. 변별력이 매우 취약한 셈이다. 경영위험 평가에서는 세부기준 없이 관행적으로 최고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경영진이 횡령하지 않았거나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최고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최종 등급을 정하는 채권은행 내부의 신용위험평가위원회는 사실상 형식적인 존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위험평가위원회는 실무부서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견제역할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현장점검시 6개 은행의 신용위험평가위원회에 부의된 안건 3242건 중 평가등급이 변경된 건은 불과 1건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기업 옥석가리기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사업 리스크가 재무구조에 전이될 가능성을 고려하기로 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하지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을 살리는 구조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반대로 사업 리스크가 커서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단지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는 이유로, 또 대주주(모기업)의 지원 등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신용위험평가위원회의 독립성도 강화한다. 평가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평가업무에서 제외시킨다. 특히 채권은행 임원급들 중 평가기업과 법인영업이나 개인영업(주거래기업 등) 등으로 엮인 부행장이나 본부장들은 신용위험평가위원회에 들어올 수 없다. 신용위험평가위원회의 의사록도 작성해 위원별로 찬반 표시를 어떻게 했는지 기록해놔야 한다.

채권은행은 신용위험평가와 워크아웃 운영 내용을 매년 자체 점검하고 미비점을 개선해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워크아웃 기업은 경영개선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경영진 교체 등을 추진한다. 분기별로 경영개선 계획대로 이행하는지 실적을 점검해 부진한 기업은 경영진 교체 등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진행한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