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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연간 1조원 상표권료 받고도 공시는 10곳중 1곳


대기업 지주회사나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상표권(브랜드) 사용료를 받으면서도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 돈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보고 향후 공정거래법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에 관한 상세내역을 매년 공시토록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정안은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사항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상표권은 기타 자산 중 무형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사용료 수수 역시 자산·상품·용역이 아니라 무형자산 거래라고 판단했다. 여기엔 상표권 매매뿐 아니라 임대, 사용 허락도 포함시켰다. 개정안은 상표권 사용 계약이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매년 1차례, 5월31일 공시토록 적시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상표권 취득 및 사용료 수취 경위, 사용료 수준의 적정성 등을 놓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악용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이런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해 시장과 이해관계자에 의한 자율적인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보다 앞서 2017년 9월1일 기준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57곳의 계열사 297개를 대상으로 2014년~2016년까지 상표권과 관련된 공시 실태를 점검한 결과, 대기업집단 20곳의 20개 지주회사 또는 대표회사가 277개 계열사로부터 모두 약 2조7195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8655억원(기업집단 20곳), 2015년 9226억원(20곳), 2016년 9314억원(20곳)으로 연평균 9065억원이다.

기업집단별 연간 상표권 사용료는 LG와 SK가 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CJ·한화·GS 600억~900억원, 한국타이어·두산·한진 300억~500억원, 코오롱·한라·LS·금호아시아나·한솔 100억~300억원, 삼성·아모레퍼시픽·미레에셋·하이트진로·한진중공업·부영·현대산업개발 100억원 미만 등이다.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회사 수는 SK(58개), CJ(32개), GS(25개)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아모레퍼시픽(5개), 하이트진로(2개), 한국타이어(1개)는 적었다. 상표권은 기업집단별로 1개 대표회사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 등 17개사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사용료를 지급하는 277개 계열사 가운데 67.1%인 186개사는 공시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용료 산정방식까지 공시해야 하는 경우는 11.9%, 33개사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 가운데 기업집단 4곳의 7개 개열사에 3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금호산업,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 코오롱,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이엔지니어링 등이다.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20개 대표회사 중 13개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상장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이 높으면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묶인다.

신 국장은 "양도나 포기 방식으로 상표권을 대표회사로 이전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는 등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