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에스병원 심영기 병원장이 하지정맥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리에 검붉은 혈관이 굵게 튀어나온 하지정맥류 수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수는 2010년 16만4028명에서 2015년 19만2296명으로 5년만에 17.23%나 급증했습니다. 질환의 특성상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2.1배 많았습니다. 연령별로는 2015년 기준으로 50대가 26.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60대 순이었습니다.
문제는 실제 하지정맥류 환자가 늘어났느냐는 것입니다. 유사 질환이나 근육통을 하지정맥류로 고의 오진하고 수술을 강권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연세에스병원 심영기 병원장은 "하지정맥류에 대한 인식 증가, 여성에서 잘 생기는 특성, 40~50대 경제적.시간적 여유층의 치료 욕구 향상 등으로 하지정맥류 진단 환자수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늘었다"면서도 "일부 병원들이 오진, 과잉진료 욕구 등이 작용해 통계적으로 증가세가 과대 집계된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 환자의 경우 다리통증, 부종, 종종 쥐가 나는 증상, 보기 싫은 다리혈관 등으로 고민하다 '하지정맥류 같다'는 주위의 권유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병원에서는 하지정맥류가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인터넷에 보이는 하지정맥류 사진처럼 라면발처럼 굵고 구불구불한 다리혈관이 아직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 여부를 고민했습니다. 이에 다른 병원을 찾아 검사를 했습니다. 초음파 혈류검사로 정밀진단을 한 결과, 근육통이 심하고 무릎 인대 부위에 압통이 있어 부기가 올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수술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심 병원장은 "하지정맥류 진행정도는 5단계로 나뉘는데 육안으로 봐서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2~3㎜에 이르며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한 3기, 우동발 수준으로 직경 4~5㎜에 달하며 여러 푸른 힘줄이 뭉친 4기 이상이어야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견상 구불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실핏줄만 보이는 경우는 대부분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수술을 아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
대한정맥학회의 기준도 하지정맥류는 초음파 혈류검사로 하지정맥 판막에 역류 현상이 0.5초 이상이 나타나면 정맥류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 시술이 비급여이므로 과잉 진단, 고의적 오진, 그에 따른 수술 오남용에 노출되기 쉬운 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 아직 젊고 가족 중에 정맥류가 없고 다리 통증이나 부종 같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2~3군데 정맥류 전문 병원을 찾아가 혈류 초음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하지정맥류의 발생률은 전 인구의 7%, 매년 새로 발생하는 비율은 0.22%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드물게 젊은 청년층에서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튀어나온 혈관이 없더라도 잠복성 정맥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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