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심 실세' 입증하고 돌아간 김여정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 유지..평창 이야기에는 말 아끼고 남북문제 논의땐 전면 나서
마지막날 비공식 만찬 참여 "평양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과 접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의 특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2박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11일 돌아갔다.
짧은 일정이었으나 김 제1부부장은 '핵심 실세'로서 자신의 입지를 톡톡히 증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건넸고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했다. 김정은과 문 대통령을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한 셈이다. 또 문 대통령에게는 '북·남 관계 발전'을 언급하며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김정은의 유일한 혈육'이 직접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남북대화 국면에 힘을 싣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거리였다. 김일성 일가의 직계가족으로는 첫 방남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김 제1부부장을 단원으로 소개했으나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의 키를 쥔 건 역시 김 제1부부장이었다.
김 제1부부장의 영향력은 첫 방남 장면부터 드러났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환담할 당시 북측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상석'을 김 제1부부장에게 양보하는 등 김 제1부부장을 예우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된 것이다.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로 상대를 응시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도 김 제1부부장의 세(勢)를 보여준 대목이다. 인사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거나 턱 끝을 약간 들어올린 모습은 도도하면서 당당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김 제1부부장의 저력이 드러난 건 방남 이튿날인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다. 첫날 올림픽 관련 행사에선 말을 최대한 아낀 채 김 상임위원장의 곁을 지켰다면 남북관계 논의의 장에선 북한 대표로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철저한 역할분담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을 '김정은의 특사'라고 밝혔고, 이후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주도했다.
김 제1부부장은 "한 달 하고도 조금이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 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라고 되물으며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의지를 보인 만큼 우리 정부도 호응해줄 것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청와대 방문록을 통해서도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과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 내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김 상임위원장 등이 관람하기로 했던 여성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방남 마지막 날인 11일 김 제1부부장은 서울 워커힐로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찬을 함께했다.
검은 원피스에 회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김 제1부부장은 이 총리, 김 상임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덕담을 주고받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정치적 얘기나 민감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전용기편으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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