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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한반도 시계] 대화카드 꺼낸 북.. 미국엔 연일 비난 ‘양면전략’

김정은의 평화공세, 속내는 북미대화… 꽉닫힌 문 열릴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방북 요청으로 한반도 안보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철옹성 같았던 북한 내부 대화 분위기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는 국제제재 단일 대오와 악화되는 북한 내부 경제적 궁핍, 민심혼란 가중 등에 의해 김 위원장의 '선택지'를 좁혀왔다. 급기야 남북대화를 토대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김 위원장의 불편한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국의 전략적 스탠스 변화를 도출해내는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숙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로 인해 문 대통령의 3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후속조치, 김 위원장의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전략적 여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강화냐 대화 전환이냐의 선택적 기로 등이 향후 한반도 안보정세의 '의미 있는' 진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남측에는 파격적 유화 제스처를 잇달아 보내고, 미국과는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의 지근거리에 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특사로 내려온 만큼 3차 남북정상회담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선 북한 매체를 통해 연일 비난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접촉할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등 당분간 북·미 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의 속내는 미국과 대화하고 싶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를 꺼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남북대화를 지렛대로 북·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적극적인 중재역할에 나서 향후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북·미 대화는 아직 멀어 보이지만 남북대화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이후 40여일 만에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까지 파격이 잇달았다.

관심이 높았던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구성은 지난 2월 4일 단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먼저 공개하고, 며칠 뒤 핏줄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단원 3명 중 1명에 포함시킨다는 깜짝 카드를 발표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도 혈육을 특사로 파견한 적이 없어 파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박사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대신 김여정을 보낸 것은 실질적으로 더 무게 있는 사람을 특사로 보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측도 적극 협조하는 등 긍정적으로 보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해선 연일 비난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아직 짧은 접촉조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측 고위급대표단 단장인 김영남은 문 대통령 주재 평창올림픽 리셉션과 개막식에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접촉조차 회피했다. 이는 김영남이 북측에서 내려올 때 이미 미국과 접촉을 피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북측 인사들은 명령을 위임받은 바에 따라 움직인다"며 "미국 측과 만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도 연일 미국을 비난해 당분간 북·미 대화가 이뤄지긴 쉽지 않다. '우리민족끼리'는 11일 '핵선제공격을 노린 깡패국가의 선전포고문서' 제하의 보도에서 "트럼프패들은 북조선의 어떠한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주범, 세계적인 핵악마인 미국의 정체가 다시금 만천하에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했다.

또 4월께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도 재개될 예정이어서 향후 북·미 대화 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