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짜리 밥도 사먹을 돈이 없던 청년노숙인 홍진호씨(사진). 그는 성프란시스대학 수료식에서 1년 동안 수업을 마치고 당당히 학사모를 쓰고 수료하는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11일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스무살부터 대리운전, 퀵서비스, 건설 일용직 등 힘든 일이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청년 홍씨는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꼬박 6개월을 쉬게 되면서 고시원에서 쫓겨났다. 그렇게 거리로 나와 역전 노숙인들과 함께 노숙하면서도 '나는 노숙인이 아니야, 나는 저들과 달라'라고 부정했지만 영등포 지하상가 쓰레기통에서 청바지와 티셔츠를 주워 입으면서 처음으로 노숙인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거리 생활이 길어질수록 홍진호씨는 누가 봐도 거리 노숙인이 돼 갔다. 200원짜리 밥을 먹으며 눈물 짓던 것도 바로 이때다.
그러다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다시서기센터를 만나 고시원을 지원받아 말소된 주민등록도 살리고, 단기 일자리도 얻어 당장의 거리 생활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인문학 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홍씨는 "다시서기센터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을 들으면서 '생각의 전환'을 했다"며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적어내려가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삶을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인문학 수료식을 마치고 세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앞둔 그의 꿈은 소박하다.
홍씨는 "평범하게 살면서, 괜찮은 직장 다니며, 쫓겨날 걱정 없는 집만 있으면 남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올해로 13년째 수료생을 배출하는 성프란시스대학은 2005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으로 코닝정밀소재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이다. 13일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15명의 수료생이 학사모를 쓰고 수료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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