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타인명의 계좌가 차명계좌로 확인한 경우 실소유자는 과징금 징수 대상이라는 법제처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가 직접적으로 거론되는데, 정부가 실행에 옮길지 여부와 그 시기, 대상 계좌 등이 주목된다.
법제처는 금융위원회가 유권 해석을 의뢰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옛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 이 같이 판단, 금융위에 12일 전달했다.
이날 정부입법지원센터에 올라와 있는 법제처의 해석을 보면 금융위는 당초 타인명의로 개설했던 금융계좌가 1993년8월12일 금융실명법 이후 실제 거래명의자인 타인으로 실명 전환됐지만 결국 그 계좌가 차명계좌로 밝혀졌다면, 자금 출연자의 이름으로 전환해야 하는지와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에 대해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이에 대해 차명계좌를 자금 출연자 실명으로 전환하고 금융기관은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회답했다.
법제처는 이유에서 “금융실명법 이전 금융기관이 금융계좌의 명의 여하를 묻지 않은 것은 실제 자금 출연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실명법 이후 차명계좌를 명의자 기준으로 실명확인을 했다고 해도 금융기관의 거래자는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또 “금융실명법은 금융기관이 거래당사자를 누구로 확정했는지 상관없이 기존금융자산의 실제 소유자 실명을 밝히고 그의 명의로 거래토록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며 “금융기관이 차명계좌 거래명의자의 실명을 확인했다고 해당 기존금융자산 소유자에게 부과된 실명전환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제처는 아울러 “자금의 실제 소유자가 타인의 명의로 실명 확인을 하고 차명거래를 했다면 자금 실제 소유자의 실명으로 전환토록 과징금을 원천징수하는 것이 금융실명법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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