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안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순간이 될 수 있다.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이 2000만명을 넘어선 시대에 아직 여행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앞을 보지 못하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다. 이들은 국내 관광지도 돌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어뮤즈트래블은 신체적 어려움으로 떠나길 망설이는 장애인들을 위해 맞춤형 여행 상품을 만든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버킷리스트를 조사해 보니 여행이 높은 순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명소를 돌아보면 그분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은 독립적으로 갇혀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사진)는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뮤즈트래블은 관광지 주변에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나 식당, 응급시설 등이 구비됐는지, 거동이 불편한 고객을 위한 동선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장애 유형별로 즐길 수 있는 맞춤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오 대표는 "앞을 못 보는 고객들에게는 스토레텔링을 해드리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궁에 간다면 기둥의 색깔이나 지붕의 곡선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도록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언어 이해력이 부족한 발달 장애인들에게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등의 체험활동 위주로 여행 일정을 짜는 식이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 다음 여행을 준비합니다" 딸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고령의 고객이 전해온 한마디에 오 대표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여행은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나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힘을 줍니다. 자신을 통해 사회개선을 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오 대표는 장애인 여행이 인식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을 보면서 주변의 이들도 '장애인과 함께 살고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어뮤즈트래블은 현재 표준화된 여행 상품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의 여행 상품은 장애 유형별로 비용이 천차만별이지만 이를 표준화한다면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여행 상품을 운영하면서 수집한 동선 등 데이터를 통해 여행자 특성에 맞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올해 말 내놓을 예정이다. 여행을 떠난 현지에서 고객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줄 호스트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오 대표는 "저희를 통해 어디로 여행가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를 더 키워 장애인들도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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