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강원도 양구지역 2개 사단이 전 장병에게 양구지역 출입을 막았다. 고교생 10명이 사소한 시비로 군인 2명을 폭행한 게 발단이다. 군은 발끈했다. 모든 물품은 부내 내 매점(PX)에서 사도록 했다. 휴가자는 아예 군 차량으로 터미널까지 실어날랐다. 양구 시내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지역경제가 삽시간에 마비되자 군수와 상인연합회가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 군민들이 가해 고교생을 직접 잡아들이고 나서야 군은 금지령을 풀었다. 상인들은 바가지를 씌우거나 불친절히 대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휴전선 접경지역 상권은 군인을 빼놓고 얘기가 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안보상의 이유로 규제 피해와 이득을 동시에 봐왔다. 토지에는 이중삼중 규제가 얽혀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땅에 상수원 보호 등 중복규제가 적용된 곳도 많다.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접경지역 10개 시.군은 지역발전 수준이 전국 평균 이하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지역경제도 군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강원도 화천, 철원 일부 지역은 지역 수입의 80%가 군인들 덕분이다. 국방부는 군 장병이 외출이나 외박을 나갈 때 작전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른바 '위수지역 제한'이다. 전쟁을 대비해 만든 규정이지만 지역경제를 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얼마전 국방부가 군인 외출외박 제한지역 폐지를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역상인들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아 반발을 불렀다.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경지역 파멸을 초래하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국방부는 일주일 만에 지역상인과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국방부는 2006년에도 위수지역을 풀겠다고 했다가 지역상인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어떨지 몰랐을 리 없다. 군 인권도 좋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를 줄일 공청회라도 열었어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군인을 봉으로 보고 바가지요금을 남발하는 지역상인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할 때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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