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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4시] 제주항 배 댈 곳 없다…여객선 대형화 ‘언감생심‘

16일 제주-녹동 취항 예정인 아리온제주호 선석 확보 안돼
접안 예정 선석 화물선 차지…기존 항로 단절 위기 지적도
제주-인천 카페리 취항도 걸림돌…뱃길관광 활성화 헛구호 

[현장24시] 제주항 배 댈 곳 없다…여객선 대형화 ‘언감생심‘
오는 3월 16일 제주-녹동항로에 투입되는 아리온제주호. 그러나 현재 제주항에 선석 확보가 확정 안돼 운항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제주=좌승훈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여객선 선령이 낮아지고 대형화와 함께 전천후 여객선 도입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는데도, 정작 국가무역항인 제주항은 선석(계류장) 부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항만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 제주 뱃길 관광 활성화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제주항은 현재 한마디로 '만석'이다. 신규 선석 확보가 안 돼 제주-인천 대형 카페리 취항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기존 선석도 비좁아 여객선 대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이후 여객선 선령 30년에서 25년 단축됨에 따라, 제주항을 드나드는 기존 여객선 중 5척이 연내 선령이 낮은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거나, 신규 건조 선박이 투입된다.

더욱이 여객선 신규 취항과 대형화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기존 정기 여객선도 배를 댈 곳이 없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현장24시] 제주항 배 댈 곳 없다…여객선 대형화 ‘언감생심‘
기존 제주-녹동 항로에서 운항되고 있는 남해고속카훼리7호. 올해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여객선 중 선령 만료 기간이 다 된 남해고속카훼리7호(1991년 건조)를 비롯해 블루스타호(제주-부산, 1987년), 씨스타크루즈호(제주-목포, 1990년), 한일카훼리1호(제주-완도, 1991년), 한일블루니래호(제주-완도, 1992년) 등 여객선 5척이 선령이 낮은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거나, 신규 건조 선박으로 대체 투입된다. /사진=fnDB

■ 소극행정 한몫…정기여객사업자 지정 선석 배정 ‘뒷전’


오는 16일 남해고속카훼리7호(3780톤, 1991년 건조)를 대체해 제주-녹동(고흥) 항로에 취항하는 ㈜남해고속의 아리온제주호(6300톤, 2003년 건조)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 남해고속카훼리7호는 제주항 제2부두 24선석(길이 120m)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대체 투입되는 아라온제주호는 길이가 145m로 이곳에 배를 댈 수 없다.

㈜남해고속는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제주항 여객선 선석 관련 대표자 회의 결과를 토대로, 기존 선석을 제주-인천 여객선 접안하던 제3부두 32선석(230m)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32선석은 세월호가 접안했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을 점용하고 있는 화물선이 선석을 내주지 않아 기존 항로가 단절될 위기에 처했다.

도 당국의 소극 행정도 한몫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무역항 항만시설 운영세칙에 따르면, 화물선은 고정 선석 없이 접안 하루 전 16시에 선석운영회의 결과와 입항 순위에 따라 선석을 배정받도록 돼 있다.

도는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화물선사에 고정 선석을 내줘, 정작 지정 선석을 배정받아야 할 정기여객운송사업자가 되레 선석 미확보로 피해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도는 당초 지난해 1월부터 제주항 5부두에 접안하던 화물선 5척 중 1척을 연안항인 애월항으로 이전하고, 기존 32번 선석의 화물선을 5부두로 재배치하기로 했었으나, 업권의 압박과 이해관계에 밀려 선석 재배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애월항은 지난해 7월 2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하역능력이 연 1190만t에서 1722만t으로 크게 늘어났다. 화물선의 최대 접안능력도 1000DTW급에서 5000DTW급으로 증가됐다. 시멘트·모래 화물선을 위한 2개 선석도 신설됐다.

㈜남해고속 관계자는 “당초 도입키로 했던 대체 여객선은 선체 길이가 190m였으나, 제주항 선석 여건을 감안해 145m로 줄인 상황”이라며 “선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선령이 낮고 국내 적합한 카페리의 희귀현상으로 말미암아 통상 인수 2년 전(2015년 4월)에 선박을 예약해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을 최우선 하는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형선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장24시] 제주항 배 댈 곳 없다…여객선 대형화 ‘언감생심‘
지난해 7월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된 애월항. 시멘트·모래 화물선을 위한 2개 선석도 신설됐다. 제주도는 제주-인천 간 대형 카페리 취항과 관련, 해양수산부에 건의해 현재 화물부두로 사용하고 있는 애월항을 다목적부두로 변경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진=fnDB

아리온제주호는 일본에서 2003년 1월 건조됐다. 6300톤에 길이 145m, 선폭 22m다. 기존 남해고속훼리7호보다 훨씬 크다. 최대 속력 24노트, 항해 속력은 22노트이며, 제주-녹동 간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4.5톤 기준 180대의 차량을 적재할 수 있다.

선사 측은 “선박의 롤링을 최소화시키는 스태빌라이저(stabilizer)가 장착돼 있어 승객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항해여건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인천 카훼리, 애월항 접안 또는 제주항 입출항 시간 조정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중단된 제주-인천 간 대형 카페리 취항과 관련, 선석 확보를 위해 현재 화물부두로 사용하고 있는 애월항을 다목적부두로 변경해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는 또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각 선사에게 요청해 선석을 재배치하고, 운영 시각 조정해 제주항에 선석을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종전대로 인천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10시30분 제주항에 입항하고, 당일 오후 3~4시에 인천으로 다시 돌아가는 식이라면, 선석 확보가 힘들다.
다만, 입·출항 시간이 다른 여객선 이용시간대와 겹치지 않는다면, 제주항 접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에 따르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인천-제주 간 여객선 운항 사업자 공모 절차를 앞두고 현재 4개 업체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세월호(6825톤)보다 3배 가량 큰 1만9000~2만5000톤급 선박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