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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핵화 북미대화 가능"]北 비핵화 의도 ‘대북 압박 탈출용’? ‘선대 유훈 이행’?

경제제재.군사옵션 압박 북미대화 위한 변화 선택..체제 위기 돌파구로 활용
비핵화 협상 여지 남겨둬 일부선 핵무장으로 가는 시간벌기용 의심 눈초리

[김정은 "비핵화 북미대화 가능"]北 비핵화 의도 ‘대북 압박 탈출용’? ‘선대 유훈 이행’?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특사단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실장은 1박2일간의 대북특사단 방북 성과에 대해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카드를 꺼낸 것은 대북제재에 따른 체제위기 탈출인지, 선대 김일성.김정일 유훈을 따르겠다는 것인지가 주목받고 있다.

유엔 안보리 등 대북제재가 다각도로 강화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옵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압박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대북특별사절단(대북특사단)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란 사실을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하지만 북측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문화했고,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변수도 있다.

■비핵화 카드로 북·미 대화 창구 열리나

대북특사단은 6일 청와대에서 공개한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위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란 사실을 언급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북측의 비핵화가 진정성 어린 남북·북미 대화로 가는 전향적인 변화인지, 체제 불안에 따른 돌파구 모색인지 주목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북한이 대북제재가 강화돼 경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0번째 대북제재 결의인 2397호를 통해 북한에 원유 공급은 연간 400만배럴로 제한한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올해 경제 관련 기록은 반토막 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과거 1994~1999년 고난의 행군 시절에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300만명(북측 주장 30만~50만명)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북측은 아직 견딜 만한 위기수준이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귀순병사나 탈북자들의 사례를 보면 식량, 생필품 부족 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또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도 부담이었다는 분석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항공모함 등 전략적 자산뿐 아니라 북측이 관측하기 어려운 미국 무기들의 움직임도 위협이었다는 분석이다.

북측은 레이더 등이 부실하고 인공위성이 없어 한반도 역외권에서 어떤 군사적 움직임이 일어나는지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파악해 이를 북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측은 경제적 압박보다 군사적 압박이 훨씬 부담이 됐을 수 있다"며 "최근 미국의 한반도 전략적 자산 배치뿐 아니라 수면 아래에서 더욱 강력한 무력이 전개되는 것을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파악해 북측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핵개발로 미국을 위협해 결국 큰 대가를 치렀던 사례가 있다"며 "한반도는 남측과 중국, 러시아 등이 주변에 있어 군사적 옵션이 실제로 전개되기 쉽진 않지만 북측에 충분히 위협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사단 방북 성과 미.중.러.일 설득 주력

이같이 경제적·군사적 위기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특사단과 만찬에서 선대 김일성.김정일의 비핵화 유훈을 잇겠다고 강조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측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문화했고,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이 비핵화하면 그동안 본인의 정책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어서 쉽지만은 않다"며 "그동안 핵으로 북한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과학발전에 투자하고, 재래식 전력 투자를 줄여왔다.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북.미 대화로 시간을 벌면서 체제안전 보장을 꾀할 것으로 관측도 나온다. 비핵화 의지 표명으로 당장 북핵을 포기하는 실무적인 절차를 가동하겠다는 것은 아직 아니며 북.미 간, 남.북 간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또 추가 핵무력과 탄도미사일 등의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특사단 언론발표문 6개항에서 북측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만큼 4월 한반도 위기설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북특사단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곧이어 미국 등 주변국에 설명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중개한다. 또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