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삼척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의 전경. 해발 804m에 위치한다./사진=강원대학교 제공
▲ 강원도 삼척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에서 바라본 풍경/사진=강원대학교 제공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山)’라고 했던가.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겠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연이 지척에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겠다. 그러나 등하굣길 교통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학교는 어딜까?
이를 알려면 먼저 ‘대한민국 수준원점’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해수면의 높이는 일정해 보이지만 밀물의 썰물에 따라 그 높이가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기준 원점을 따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13년 인천 앞바다의 밀물과 썰물에 대한 높이를 약 3년간 관측하여 평균한 값을 0m로 정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수준원점’(등록문화재 247호)이다.
이 값을 직접 수준측량이 가능하도록 육상으로 정한 고정값이 26.6871m이며 현재 인하공업전문대학 캠퍼스 내에 있다. 즉 해발고도의 높이는 인천 앞바다의 기준 해수면으로부터 26.6871m 높아진 시점부터 시작한다. 이를 기준으로 백두산의 해발고도는 2744m, 한라산의 해발고도는 1950m가 된다.
2015년 국토지리원은 이를 기준으로 전국 국토의 평균 높이 표고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대학과 낮은 대학이 포함돼 있다.
■ '한국의 호그와트' 강원대 도계캠퍼스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가 높은 학교들은 강원도에 집중돼 있다. 강원도는 한반도 백두대간의 한 중심에 있어 해발 고도 700m가 넘는 곳이 전체의 60%나 된다. 그 시작점부터 다른 지방과 달라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학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한 대학은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로 평균 해발 고도 804m다.
지대가 높은 만큼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같은 날, 산 아래 도계읍에 비가 내린다면 도계캠퍼스에서는 눈이 내리는 일도 있다.
올해 새 학기를 맞아 벌써 세 번이나 폭설이 내렸다. 이때마다 교직원들이 총동원돼 오전 1시부터 눈을 치워야 했다. 지난 8일에는 결국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곳은 5월에 눈이나 우박이 내리기도 하며 바람이 많다. 겨울도 빨리 찾아온다.
아무래도 등하굣길 불편함이 있다. 세 곳의 기숙사 중 두 곳이 캠퍼스 아래 도계읍에 있어 셔틀버스가 왕복한다. 이 버스를 놓치면 걸어가는데 2~3시간이 걸린다.
이런 불편함은 있지만 자연에 둘러싸인 도계캠퍼스만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고개만 돌리면서 백두대간의 수려한 경치와 조용한 분위기가 학생들의 면학을 돕는다.
도계캠퍼스 다음으로 태백시에 있는 강원관광대가 769m로 뒤를 잇는다. 같은 도내의 화전고등학교(평창·766m), 고한고(정선·763m), 도암고(평창·763m), 미동초(태백·756m) 등도 모두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555m, 북한산 정상이 836.5m 임을 생각하면 이들 학교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대학은 강원도가 아닌 제주도에 있다. 제주국제대가 바로 그곳. 해발 고도 438m로 제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다.
바로 아래에는 제주대 아라캠퍼스가 위치하며 309m의 높이로 전체 7위다. 제주대는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인 만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교내 모든 건물이 5층 이하다. 학교에서 걸어서 한라산 관음사 코스의 시작점까지 갈 수도 있다. 겨울에는 학교 후문 쪽 건물에서 눈이 쌓인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내륙을 살펴보면, 경상북도 칠곡군의 대구예술대(387m), 대원대(제천·350m), 중부대(금산·262m), 동양대(영주·238m)가 어깨를 겨룬다.
■ 산이라면 빠질 수 없는 서울경기권 대학... 상명대·명지대·단국대·서울대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상명대는 평균 고도가 서울권에서는 가장 높은 131m다. 게다가 학교로 향하는 언덕이 가파르기로 소문났다. 세검정 삼거리부터 상명사대부속여고까지 527m 길이의 도로 평균 기울기는 19.2%. 전국 캠퍼스 최고 경사지로 꼽힌다.
서울권 해발고도 2위 대학은 서경대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서경대는 정릉동의 북한산 지류를 깎아 학교를 세웠다. 상명대 또한 북한산의 서쪽 지류에 터를 잡고 있으니 북한산을 기준으로 ‘좌상명 우서경’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교내까지 시내버스가 들어와 학생들의 등하굣길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시내버스 2115번과 1164번의 종점이 바로 서경대 본관이다. 학교 측에서 버스 차고지를 빌려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몰리는 아침 등교 시간대는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는 후문이다.
관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서울대는 평균 해발고도 113m다. 교내에선 유독 등산객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관악산 등산에 최적인 코스가 교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신공학관에서 출발하는 ‘자운암 코스’는 단 1시간 30분만에 관악산 정상 연주대(623m)까지 오를 수 있는 ‘치트키’같은 등산로라 불린다. 더불어 봄이면 광활한 학교 부지에 꽃들이 만개해 상춘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경기권에서 제일 높은 대학은 명지대 용인캠퍼스(187m)와 단국대 죽전캠퍼스(157m)다. 용인시 법화산 자락에 터를 잡은 단국대 죽전캠퍼스는 고도보다 언덕의 영향이 크다. 정문에서 시작하는 언덕길은 ‘단국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교내 학보사의 한 기자는 ‘캠퍼스 다이어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코스를 추천했다. ‘남자라면 아름다운 문과대, 상경대, 사범대의 여학생들을 구경할 수 있는 가온로를 택해 산을 올라보자. 여자라면 훈훈한 공대생을 보며 오를 수 있는 들샘길을 추천한다.’ 이 밖에 한국관광대(이천·152m) 강남대학교(용인·128m) 역시 높은 지대에 위치한 학교다.
■ 같은 구에 있지만 고도 156m 차이 나는 부산 고신대와 해양대
뜻밖에 부산권 대학의 해발고도가 만만치 않다. 바다에 접한 항구도시지만 산과 언덕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부산에서 가장 높은 학교는 동의대 가야캠퍼스로 고도는 191m다. 그리고 부산외국어대가 187m, 고신대 영도캠퍼스(167m), 한국폴리텍7대학(142m), 부산과학기술대(147m), 동서대(132m)가 뒤를 잇는다.
▲ 부산시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 전경=한국해양대학교 제공
반면 한국해양대는 해발 11m에 불과하다. 해수면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같은 영도에 위치한 고신대와 비교하면 156m라는 급격한 고도 차이를 보인다. 이 학교는 특히 바닷바람이 아주 매서워 ‘머리에 왁스를 바른 사람’, ‘치마를 입은 여학생’, ‘비 올 때 3단 우산을 펴는 사람’을 해양대 3대 바보로 부른다.
3단 우산은 펴자마자 바람 때문에 박살이 나기 일쑤라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해발 고도를 자랑하는 캠퍼스 트로이카는 전남대 국동캠퍼스(여수·2m), 부경대 대연캠퍼스(부산·3m), 한국산업기술대(시흥·5m)다. 모두 ‘대한민국 수준원점’에 따라 26.6871m를 시작점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
덧붙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 자리한 관공서는 경남 합천군 가야산에 자리한 해인치안센터(826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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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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