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21시간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금 중 1억여원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일부 혐의의 사실관계를 인정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예를 들어 국정원 자금 관련 부분 중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를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핵심 의혹 측근 진술은 "처벌 경감용 허위진술"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이던 김희중 전 청와대 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에서 받은 10만 달러를 미국 국빈 방문 전 김윤옥 여사 보좌진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했으나 돈의 사용처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와 관련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부분을 제외하고 뇌물 의혹이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한다" "나에게 보고 없이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이사장, 이영배 금강 대표, 김성우 다스 사장,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진술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허위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을 제시했으나 이 전 대통령은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조작된 문서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소송 비용 대납에 대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에이킨검프가 무료로 소송을 도와주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밖에 큰형인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판매대금 중 67억원을 논현동 사저 건축대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관계는 인정했으나 빌린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에 무게, 불구속 가능성도 제기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 및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인 신병재 법무법인 이헌 대표변호사는 "사안이 중대하고 뇌물 액수가 큰데다 공범들이 구속됐으며 증거인멸 정황도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면서 "검찰이 이런 정황 등을 무시하고 불구속기소 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안이 중대해도 도주 우려가 없고 전직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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