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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푸틴 압승..철권통치, 경제국유화 더 세진다

'차르' 푸틴 압승..철권통치, 경제국유화 더 세진다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speaks to supporters during a rally near the Kremlin in Moscow, Sunday, March 18, 2018. An exit poll suggests that Vladimir Putin has handily won a fourth term as Russia's president, adding six more years in the Kremlin for the man who has led the world's largest country for all of the 21st century. (AP Photo/Pavel Golovk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새 대통령 임기 6년이 더해지면 이전 18년을 합쳐 러시아의 철권 통치자였던 요제프 스탈린 이후 최장 집권을 기록하게 된다. 예상과 달리 높은 투표율 속에 높은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러시아의 장기 경제성장에 필요한 경제 구조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높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에 재선됐다.

압도적 지지율로 재선 성공
올해 65세의 정보기관(KGB) 출신 푸틴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76%대 득표율로 2012년 대선에서 기록한 득표율 63.6%를 크게 웃돌며 무난하게 집권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투표 결과가 최종 집계돼도 푸틴은 대선 이전 목표로 제시했던 '70/70'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틴은 투표참가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 속에 70% 이상 참가율 속에서 70% 이상 득표율로 당선되겠다고 다짐해왔다.

이변이 없었던 푸틴의 연임은 크게 3가지 요인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의 재임 기간 중 러시아 국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서방의 경제제재와 주요 수출품인 석유 가격 하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이전에 비해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면서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졌다.

푸틴의 국수주의적인 성향도 높은 지지율을 이끈 바탕이 됐다. 경제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등 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재선에 보탬이 됐다. 최근 러시아가 자국 출신 스파이를 신경제를 통해 영국에서 독살했다며 영국이 외교관 23명을 추방하자 푸틴 역시 영국 외교관 23명을 러시아에 추방하는 등 서방에 맞서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그를 대체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꾸준하게 주요 정적들을 제거해 그의 권력에 도전할만한 인물들은 이제 찾기 어렵게 됐다.

경제 구조개혁 물 건너 가나
문제는 경제다. 일부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 경제에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국가의 경제 통제를 줄이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푸틴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집권에 성공하면서 반발이 심한 경제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길 추진력을 확보했다며 구조개혁을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제 구조개혁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으로 기울고 있다.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셰어링은 "의미심장한 구조개혁으로 러시아 경제의 그림이 실제로 바뀌는 것을 목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비관했다.

앞서 카네기 재단 모스크바센터의 선임 연구위원 안드레이 모브찬도 대선 뒤 정부의 경제력 장악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는 "여론을 감안할 때 향후 변화는 (경제에 대한) 정치적 통제 강화, 민간자산 추가 국유화, 경제적 공간 추가 축소, 경제적 거래를 덜 정교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만들 새로운 과정 도입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전망은 2016년 러시아의 저명 경제신문 베도모스티의 기사가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도모스티는 당시 분석기사에서 2005~2015년 러시아 민간부문의 경제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러시아 연방반독점국 자료를 토대로 정부와 국경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경제활동의 70%에 육박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크레믈린 보좌진 출신인 정치분석가 알렉세이 첸스나코프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역설적으로 푸틴의 위상이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누군가를 원하고 있고, 이를 푸틴에게서 구체화시켰다"면서 "상황이 나빠질 때 누가 러시아인들을 구해줄 것인가? 푸틴 말고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6년 뒤에도 실질적 최고권력
푸틴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번 임기가 끝나는, 3선을 금지하는 헌법상 임기 한계인 6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빚어질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푸틴은 2008년 총리를 지낸 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이를 우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형식적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나더라도 실질적인 최고권력자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보좌진 출신으로 정치 분석가인 글레브 파블로브스키는 영향력, 석유 등 자원에 대한 접근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막강한 기업가들과 관료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푸틴이라면서 그의 '이너서클'은 그가 계속 남아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파블로브스키는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그들은 푸틴 뒤로 숨을 수 있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도 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푸틴이 없다면 그들은 취약해진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