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지시에 따라 편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적극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국정화 논리를 홍보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장차관 등 관련자 25명을 수사의뢰하고 10여명은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간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독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해 여당(새누리당), 교육부, 관련단체 등을 총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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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기획 주도
고석규 진상조사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와대가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과 같은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교육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적극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청와대의 국정화 논리를 홍보하고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기관을 동원해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고 추진하면서 이병기 비서실장 등이 국정화 정책을 강행,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에까지 개입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에도 황교안 권한대행 등이 국정 역사교과서 보급을 시도했다는 증거도 확인됐다. 청와대는 무리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집행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하고 교육부는 ‘청와대 지시’, ‘장·차관의 지시’라는 이유로 위법행위를 기획하고 실천했다는 판단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44억원은 2015년 10월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한 후 이례적으로 하루만에 대통령에 의해 최종 승인돼 확보됐으며 이 중 24억 8000만원이 홍보비에 사용됐다. 이를 국정화 비밀 TF가 집행하면서 12억 8000만원을 ‘광고’가 아닌 ‘협찬’ 방식으로 변경해 편법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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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료도 4배 이상 '뻥튀기' 편법 활개
국사편찬위원회의 경우 편찬 책임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집필진을 공모해 모두 37명을 선정했지만 이들 중 약 40%가 이미 교육부와의 협의 하에 선정됐고 현대사 분야 집필진에 역사학 전공자는 없었다. 집필료는 초등 국정 사회에 비해 약 4배 수준으로 이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1인당 3~4000만원 정도는 집필료로 줘야한다는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교과서가 공개된 이후에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무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할 것을 발표하고, 143개교에 7500권 보급했다.
조사위는 진상조사 결과 잘못이 드러난 인사들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국정화 비밀 TF 부당 운영,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불법 배제, 홍보비 불법 처리 등을 기획·지시한 청와대와 이를 실무자에게 전달한 자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과 횡령, 배임 등으로 수사 의뢰할 것을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수사의뢰 대상자는 전직 장차관을 포함한 25명 가량이며 징계 대상자은 10여명이다.
앞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지난 2014년 계획돼 2015년 고시, 집필진 선정, 편찬기준 수립 등을 추진했으나 이후 대다수 국민의 반대로 2017년 5월 폐기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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