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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초'(史草)라 부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해 온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엄격한 증명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놓고‘국정농단 사건’의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며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근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상당수를 유죄로 판단하는 정황증거로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에선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014년∼2016년 작성한 63권 분량의 수첩은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각종 불법 청탁을 한 정황과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와 독대 자리에서 나눈 대화 등을 추정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안종범 수첩은 삼성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할 핵심 연결고리로 평가돼 왔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이 수첩을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 등이 담긴 '직접 증거'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수첩에 기록된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 사실'을 추측할 수 있는 '정황 증거'로는 삼을 수 있다고 봤다. 특정인 사이에 어떤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측하는 간접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 강제 모금 혐의, 롯데 뇌물 혐의 등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안 전 수석의 수첩을 그 근거로 예시했다.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2심은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인 형사22부도 앞서 최씨 조카 장시호씨, 광고감독 차은택씨, 최순실씨의 1심에서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법의 원칙상 대화 주체가 아닌 제3자가 전해들은 것을 기록한 전문(傳聞)증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모두가 내용을 부인하는 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수첩에는 삼성과 관련해 '엘리엇 방어 대책',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빙상' 등이 적혀 있는데, 2심은 "수첩이 간접 증거로 사용될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 증명의 증거로 사용되게 되는데, 이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하는 취지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법정에서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이나 이 부회장에게 수첩에 기재된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본래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범죄사실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취지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내용을 추정케 하는 간접 증거로 수첩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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