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열린 '어울림 푸르림'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7일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열린 '어울림 푸르림' 행사에 참가한 시민이 나무에 '나무야 놀자'는 팻말을 걸어놨다. 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7일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열린 '어울림 푸르림'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나무를 심은 뒤 잘 자라도록 주변을 밟아주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7일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열린 '어울림 푸르림'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나무를 심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유아 기자
지난 7일 검은 진흙으로 뒤덮인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 강변. 봄 날씨치고는 제법 싸늘한 기온을 보인데다 매서운 바람까지 불었던 이날 오전, 운동화를 신고 마스크를 착용한 약 800명이 이 곳을 찾았다. 나무 심기 행사인 '어울림 푸르림'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이다. 이들이 다녀가자 휑했던 강변은 어느새 어린 나무 3000본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 곳은 10년 후 푸른 잔디와 나무로 우거진 '도심 속 작은 숲'으로 재탄생한다.
사단법인 미래숲이 그 중심에 섰다. 미래숲은 황사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지난 20년간 국내와 중국 일부 사막지역에 나무를 심어온 NGO다. 미래숲은 지난 2014년부터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최하는 '어울림 푸르림' 행사를 주관해왔다. 지난해까지 강동구 고덕천, 잠실 한강공원 등지에 뿌리 내린 나무만 총 1만5500여그루다.
■서투르게 심어도 의미 있는 활동
"아기 나무가 잘 자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지요?"
"햇빛이랑 흙이랑... 물이요!" 장유라씨(35.여)는 어린이용 삽을 들고 있던 5세 아들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장씨는 남편, 자녀 둘과 함께 이날 나무 2그루를 심었다.
삽을 내려놓은 장씨는 식목일이 휴일이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식목일마다 가족과 함께 집 앞에 나무 심기 활동을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장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무를 심어보면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면서 환경과 친숙해진다"며 "탄소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모로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말하면서며 웃었다. 그는 내년에도 나무를 심으러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처음 땅을 파보는 일부 시민에게는 나무 심기가 쉬운 게 아니었다. 삽을 제대로 잡는 법부터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숲은 시민들에게 나무가 잘 자리잡도록 심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간 사막 등지에서 나무를 심어 본 자원봉사자들이 실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나무를 심던 시민들에게 다가가 "나무를 덮은 흙은 이렇게 꼭꼭 밟아줘야 해요" "조금 더 깊게 파면 고정이 더 잘 돼요"라고 설명했다.
서투르게 심더라도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는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크다는 전언이다. 미래숲 권병현 대표는 "나무 심기는 우리의 생사 문제가 됐다"며 "시민들이 나무를 심어 보면서 황사 등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재앙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회,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
나무 심기 행사가 없는 날에도 나무를 심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서울대학교 EMBA 동문들은 미래숲에 나무를 심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임영수 팀장은 "식목일 전후로 시민들의 문의가 종종 오는데 직접 심지 못하는 시민들의 경우 우리가 대신 심어주고 후원자에게 나무 사진을 1년에 한 번씩 보내주는 '내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숲은 식목활동 뿐만 아니라 환경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여러 운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몽고에서 '지구살리기'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꾸준한 식수활동으로 사막이 생태계를 되찾아가는 사진들이 벽에 걸렸다. 시민들에게 '인간의 의지만 있다면 환경을 되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밖에 텀블러 쓰기, 자전거 이용 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무한히 나무를 심는 것'
요즘 미래숲의 주요 관심사는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강원 가리왕산이다. 수많은 나무를 베어내고 경기장을 설치한 곳이다. 훼손된 나무만 10만그루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권 대표는 "이미 잘려나간 나무는 어쩔 수 없지만 다시 복원해야 한다"며 "백두대간에서 나무 심는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두대간을 바라보는 미래숲에는 나무 몇 그루를 심겠다는 목표가 따로 없다.
어느 정도를 심겠다는 목표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나무를 심어 가는 것, 그 자체가 목표라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해마다 나무를 심어야 하는 곳을 찾아갈 것"이라며 "나무를 심고 환경운동을 유도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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