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 1심 깨고 원고패소 판결
"디자인 제공 계약했지만 독창성 없이 모방한데다 'KENZO 상표권' 팔아 상표권 주장할 수 없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사진)가 본인이 디자인을 제공한 국내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 졌다. 법원은 겐조의 디자인이 기존 작품의 모방에 그칠 뿐인데다 그에게는 자신의 이름.초상에 대한 권한도 없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한규현 부장판사)는 겐조 측이 주방용품 제조업체 리빙월드 등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겐조 'KENZO' 상표권 주장할 수 없어"
리빙월드는 지난 2010년 3월 겐조 소유의 라이선스 관리 회사와 디자인 제공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겐조는 도자기에 새겨질 독창성 있는 모티프(디자인 소재)를 연 3회 제공하고 제품에 본인의 이름과 초상 등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매년 5만~15만 유로를 받기로 했다.
이후 리빙월드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겐조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꽃무늬 디자인과 그의 이름, 얼굴이 표기된 도자기 제품을 판매했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겐조의 이름과 얼굴, 약력, 그가 디자인한 의상의 패션쇼 사진을 게시해 광고로 활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15년 겐조 측은 리빙월드가 2011, 2012년도 계약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계약이 끝난 후에도 그의 디자인과 이름, 얼굴 등이 새겨진 상품을 판매했다며 리빙월드를 포함, 관련 제품을 판매한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리빙월드는 "겐조 측이 매년 3개 모티프를 제공하기로 하고는 첫해에만 제공했을 뿐이고 이마저 과거 일본 화가가 그린 민화였다"며 이를 이유로 수년 전에 이미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맞섰다.
또 겐조가 'KENZO 상표'를 1993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판매한 점도 문제 삼았다. 스스로에 대한 상표권이 없으면서도 허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겐조가 제공한 모티프가 일본 민화와 유사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리빙월드는 겐조가 LVHM 그룹에 상표권을 양도한 사정을 알면서도 계약 체결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며 겐조 측에 남은 계약상 보수 6만4102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겐조가 제공한 꽃무늬 디자인, 모방으로 보여"
2심 재판부는 리빙월드가 겐조에게 남은 계약상 보수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LVMH 그룹이 일본 회사 겐조를 인수한 이후 겐조는 'KENZO' 등 상표를 사용할 수 없고 단지 정보제공이나 홍보활동 문구 내에서만 그의 성과 이름을 이미지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권한을 넘어 리빙월드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의 독창성 부분에 대해서도 "계약에는 '모티프의 독창성을 보증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겐조 측이 리빙월드에 제공한 모티프는 일본 민화를 모방했다고 보일 뿐 독창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빙월드 등 관련 제품 판매사들이 겐조가 노력을 기울여 만든 명성과 신용,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해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본 회사 겐조가 LVMH에 인수된 후 'KENZO' 등 상표에 체화된 명성과 신용이 겐조 자신에게 남아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가 제공한 모티프도 다른 화가의 민화를 모방했다고 보여 모티프 창작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인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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