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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3년 10월 애플사의 아이패드를 잃어버린 뒤 애플코리아에 기기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 아이패드의 'MAC(Medium Access Control Address)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MAC주소는 네트워크 기기가 갖고 있는 고유번호다.
애플코리아 측은 규정을 이유로 해당 주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패드의 화면잠금 비밀번호는 본인이 아닌 사람이 해제할 수 없도록 암호화돼 있다"며 "기기를 훔친 사람은 화면잠금 해제가 불가능하고 아이패드는 비밀번호 입력실패로 초기화 됐을 것"이라고 A씨에게 안내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2월 같은 회사 제품인 아이폰6를 구입했다. 그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며 잃어버렸던 아이패드에 적용했던 애플 아이디로 아이폰6를 동기화했다. 그런데 A씨의 애플 아이디가 해킹당하고 있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고 같은 해 9월 화면잠금 상태가 됐다.
A씨는 애플코리아 측에 아이폰6의 화면잠금 상태 해제를 요청하면서 기기에 대한 초기화를 실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애플은 잠금해제를 풀어줄때 기기를 초기화하는데 이 경우 A씨가 저장한 자료도 모두 삭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같은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2016년 11월 "애플코리아 측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용권을 회복하기 위해 초기화 없이 잠금해제를 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애플코리아 측이 MAC 주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절취행위를 방조한 것"이라며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임정엽 부장판사)는 A씨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가 초기화 없이 잠금해제를 풀어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 측은 초기화를 수반하지 않는 잠금해제 업무를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 측이 아이패드 절취 당시 A씨에게 MAC 주소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절취행위를 방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애플코리아 측이 A씨의 잠금해제 요청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해 A씨에게 피해를 가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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