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요우로바 유럽연합(EU) 법무 담당 집행위원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소재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를 위한 뉴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기업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식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 EU 회원국에게 맡겨져 있던 집단소송제를 통합해 집단소송 절차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피해 보상액도 높일 방침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와 애플의 '배터리게이트' 등 대기업들의 잇단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비자를 위한 뉴딜' 방안을 공개했다.
집행위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같이 기업들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소비자 단체 등을 통해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독일 등 일부 EU 회원국들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각국별로 제도가 상이해 소비자들의 소제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베라 요우로바 EU 법무담당 집행위원(
사진)은 이번 방안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 국민은 신속한 보상을 받았지만 유럽인들은 아무런 보상도 약속할 수 없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지난 2015년 9월 전세계에 판매한 경유차 1100만대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뒤 미국, 영국, 독일은 물론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 폭스바겐이 벌금 43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물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지만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집행위는 다만 미국 집단소송제처럼 대표소송권한을 법률회사에 부여해 소가 남발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에 따라 비영리 소비자 단체에 집단소송에 나설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수준은 높아진다. EU 회원국들이 "광범위한 위반"으로 얻은 매출액의 최대 4%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회원국이 원할 경우 자국 법률로 벌금 최고액을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요우로바 집행위원은 "소비자 당국이 소비자를 속인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제재수단을 갖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 이득이 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행위의 제안에는 온라인 구매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소비자 보호조치를 담았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유럽소비자기구(ECO)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모니크 고옌스 ECO 사무총장은 "너무 오랫동안 소비자들은 불공정하거나 불법적인 기업 관행으로 고통받을 경우 응당 누려야할 정의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제안이 법으로 확정되기 위해선 유럽의회와 각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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