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적 에너지 과소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5.6TOE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였다. TOE는 모든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단위이며, 한국의 석탄 1인당 소비량은 1.6TOE로 세계 2위다. 최대 석탄 생산국인 호주(1.8) 다음이다.
심각한 징후다. 석탄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탈원전을 서두르는 문재인정부에 큰 숙제를 던진 측면도 있다. OECD 국가 대비 저렴한 전기요금과 발전단가가 싼 연료로 전력을 공급하는 '경제급전' 시스템이 맞물려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전기료가 싸니 전기를 과소비하고, 이 소요를 충족시키려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 사용을 늘리는 형국이다.
신재생에너지원을 늘리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호주의 정책실험은 반면교사다. 남호주의 초원과 해안선을 따라 풍력.태양광 발전소를 대거 설치하고 2012년부터 석탄발전을 중단한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막대한 설치비용에다 기상에 따른 전력공급 불안정성을 메우려 가스발전 가동을 늘리면서 전기료가 급등했다. 신재생발전이 원전에 비해 환경오염을 더 가중시키는 역설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우리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따른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인 우드 펠릿이 ㎏당 1.55g의 미세먼지를 유발한다. 연탄(0.08g)보다 20배나 높다.
그런데도 우리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다면? 공공이나 민간 부문 모두 에너지 사용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경기 오산 등 일부 지자체들의 가로등 교체사업이 좋은 선례다. 전력소비량이 많은 나트륨등을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으로 교체하면서 전기료 절감과 주민 만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어서다.
열역학의 제1법칙, 즉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맞다면 '값싸고, 부작용 없이 무한한' 에너지는 있을 수 없다. 개별 가계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걸 고육책이자 차선책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소유를 무작정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면 욕망을 줄여 행복을 추구하는 게 생활의 지혜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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