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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치료 실마리, 7년 만에 잡았다

UNIST 권혁무 교수 - 울산대학교병원 박능화 교수 공동연구팀
간암 발생 촉진하는 주요 유전자 발견
울산대병원 간암 환자 296명 시료 분석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 기대

간암 치료 실마리, 7년 만에 잡았다
유니스트 생명과학부 권혁무 교수팀과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박능화 교수/사진=UNIST

유니스트(UNIST)와 울산대학교병원의 공동연구팀이 간암 발생을 촉진하는 주요 유전자를 발견해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

18일 UNIST에 따르면 생명과학부 권혁무 교수팀과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박능화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톤이비피(TonEBP)'라는 유전자가 간암 발생과 재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영국학술지 소화관(Gut)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동물 실험뿐만 아니라 울산대병원 간암 환자 296명의 간 시료를 분석한 결과까지 더해져 의미가 크다.

연구에서는 간암 환자의 92.6%에서 암세포가 주변 세포보다 톤이비피가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암이나 주변 조직의 톤이비피 발현 수치가 높으면 나중에 간암 재발이나 전이, 사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 원인이 B형 바이러스나 C형 바이러스나, 술, 지방간 등으로 다양해도 간암 발생 원리는 동일하다는 게 밝혀졌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간암은 발병 원인이 사람마다 달라 치료제 만들기가 어렵다고 알려졌다"며 "이번 연구로 간암 발병 경로가 동일하다는 게 밝혀지면서 간암 치료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 재발과 항암제 저항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파악 중"이라며 "이 연구가 성공하면 간암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톤이비피는 권 교수가 1999년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처음 발견한 유전자다. 당시 신장생리학을 연구하던 권 교수는 톤이비피가 신장에서 소변량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염증을 유발해 감염을 퇴치하는 데 기여한다는 걸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장이 아닌 간에서 톤이비피 유전자의 영향을 밝혀낸 것이다. 장기는 다르지만 ‘염증’이 관여한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해 7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권 교수는 “2011년 UNIST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톤이비피와 염증질환의 관계를 쫓기 시작했다"며 "2012년 2학기에 학부생 3학년이던 이준호 연구원이 ‘염증이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자료를 찾아오면서 톤이비피와 간암의 관계도 살피게 됐다"고 연구의 시작을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이준호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톤이비피 유전자가 간암과도 상관있을까'라는 질문에 9개월이 걸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톤이비피 발현량을 다르게 하고, 간암을 일으켰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톤이비피 발현이 적을수록 암 숫자가 적고 암세포 크기도 작았다. 톤이비피가 간암에 영향을 준다는 단서였다.

간암 치료 실마리, 7년 만에 잡았다
이준호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사진=UNIST

권 교수는 울산대병원 간암 환자 데이터로 검증작업도 했다.

울산대병원 박능화 교수가 수술하고 떼어낸 간암 시료 296개의 발병 원인과 수술 후 재발, 전이, 사망까지 정리된 자료로 검증했다. 이 작업으로도 톤이비피가 간암을 발생시키는 다양한 단계(세포 손상, 산화 스트레스, 염증) 등에 모두 관여한다는 게 밝혀다. 또 90% 이상의 환자는 간암 발병 원인(B형 바이러스, C형 바이러스, 지방간 등)에 관계없이 톤이비피 발현이 늘면 종양이 악화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