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정상회담, 양국 정상 이틀째 만남
미사일·납북자 송환 등 北문제 해결 필요성엔 공감
급조된 美-日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놓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양자간 무역갈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및 무역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짓기 위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2번째로 미국을 찾았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납북 일본인 송환과 북한 미사일 해결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줬지만 철강관세 면제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아베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양국 정상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번째로 함께 골프를 치고 오찬 회동을 마쳤다.
■양국 모두 북한 문제에 공감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앞둔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언급하며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라며 "(납북자) 가족들이 가능한 한 빨리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마러라고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재 17명으로 추정되는 일본인 납북자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미국이 북한에 핵 및 장거리 미사일뿐만 아니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 역시 폐기하도록 압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이날 발표에서 "양국 정상 모두 북한이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미.중 3국과 비교해 일본이 소외되는 이른바 '재팬패싱' 가능성에 대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고 부정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와 모든 탄도 미사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회담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인 납북자 조기 해결 발언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한.미.일 3개국이 긴밀히 협력해 북한의 납치 및 핵, 미사일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 문제는 냉담, TPP.철강 관세 양보 없어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는 딱 여기까지였다. 그는 막상 민감한 양국 간 무역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의 제안을 대부분 듣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 직후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가 이달 재가입 가능성을 꺼내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재가입 의사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나는 만약 TPP 회원국들이 내가 미국을 대표해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지 않는 이상 TPP에 복귀하고 싶지 않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양자 간 협정을 더 좋아한다. 양자 간 협정이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며 "나는 일본과 직접 협상하는 양자 간 협정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이탈 이후 사실상 TPP를 이끌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길 보다는 미국이 TPP에 복귀하길 바라고 있다. 직접 FTA을 맺을 경우 미국이 환율 조항이나 수출 규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본을 면제 대상에 넣지 않은 점에 대해 당분간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관세 문제가 나오자 "우리가 만약 새 협상에 대해 타협을 본다면 그때 가서야 확실히 논의할 것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이 단상에 선 아베 총리가 "일본의 철강 및 알루미늄은 미국의 안보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고 항변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그는 지금 관세 면제를 논하기에는 미국의 대(對)일 무역 적자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561억달러(약 59조5501억원)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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