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우려보다 세계경제 낙관론이 압도
시리아분쟁 기름값에 불붙여 국제유가 올들어 15% 급등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알루미늄값은 7년만에 최대
"상품가격 오름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CNBC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세계 경제성장세 지속에 따른 수요 확대가 가격을 계속 끌어올릴 것이란 측면에서다. 기술적으로도 상품은 이제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 피데사의 마이크 윌킨스는 전반적인 구도를 보면 상품은 이제 '통제된 슈퍼사이클' 동력을 스스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 전망이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미국과 러시아 간 말싸움과 통상마찰 우려를 압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상품, 특히 기초금속 상승세 지속을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가 밀어올린 상품가격지수
상품가격지수는 석유부터 알루미늄, 구리 등에 이르기까지 상품 전반이 오름세를 타면서 3년여 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CBR 상품지수는 2014년 후반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상품 가격 오름세 배경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숱한 불안 요인들이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부터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 시리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우려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덕분에 상품 가격은 뛰고 있다. 알루미늄은 세계 2위 생산업체인 러시아 루살이 경제제재로 발이 묶이자 급등세를 탔다.
산업 기초소재인 구리는 탄탄한 세계 경제성장세 속에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감으로 오름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년 만에 가장 높은 3.9%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곡물을 비롯한 농산물은 작황 악화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노스스타 코머더티의 수석애널리스트 마크 슐츠는 "상품 가격이 지난 3년반 동안 상대적으로 침체됐다"면서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생산은 사상 최고, 또는 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이유라고 지적했다. 슐츠는 그러나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면서 상품이 상승 발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술적 대세상승기"… 하반기 조정 신중론도
상품 가격 오름세 대표주자는 역시 석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감산에 세계 경제성장세 지속에 따른 수요 증가, 여기에 시리아부터 이란, 리비아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이 더해지면서 가격 오름세에 탄력이 붙었다.
유가는 올 들어서만 15% 가까이 상승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가격 상승을 억제했던 초과공급이나 미 셰일석유 같은 추가 공급원 등에 일부 문제가 생겼다"면서 "사우디 등이 다시 급소를 찌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렌트유는 19일 배럴당 75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2014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금 역시 오랜 침체를 딛고 부활 조짐도 보인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금 가격 오름세를 지지하는 주된 배경이다. 물론,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라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신 CFRA의 투자전략가 린지 벨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금은 역의 관계를 갖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금리상승보다 높을 경우에는 국채 실질수익률이 하락하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서 "이럴 경우 금이 상승세를 탄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상품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기술전략가 폴 시아나는 상당수 차트들이 상품 가격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상품시장은 이제 대세상승장 순환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아나는 이어 대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상품 가격 역시 상승흐름을 탔다면서 2010~2011년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흐름이 일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상품 대세상승론에 신중한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바클레이스는 미 셰일 공급 위협은 올 하반기 더 세질 것이라며 유가는 연말에 가까울수록 꺾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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