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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로스쿨 '합격률 올리기' 고심

변시 합격률 공개되자 로스쿨 인터넷 커뮤니티 수업.학사 관리 불만 토로
학교들 대책회의 잇달아

법무부가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을 공개하면서 합격률이 저조한 일부 지방대 로스쿨의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서열화가 현실화됐다"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상당수 로스쿨은 긴급회의 개최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방-수도권 격차 현실화"

24일 대학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가 '제 1~7회 변호사시험 법학전문대학원별 합격률'을 공개하자 소문처럼 떠돌았던 변시 합격률 격차가 현실로 드러났다. 최근 치러진 7회 시험에서 서울대(78.65%)와 원광대(24.63%)의 격차는 3배 이상에 달했다. 특히 영남대(59.79%)를 제외하고는 수도권 외 지방대 합격률은 50%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방대에 재학 중인 로스쿨 학생들은 혼란이 벌어졌다. 로스쿨 수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래서 로스쿨 교수들이 합격률 공개를 막았다"며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합격률 30~40%인 곳은 가면 안 된다"는 글이 이어졌다. "일부 로스쿨의 경우 변시와 동떨어진 수업방식을 고수해 빚어진 결과"라는 글도 올라왔다.

한 지방 사립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진지하게 자퇴나 반수를 고민하고 있다"며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처참한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한 지방 거점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국립대'라는 메리트로 다른 지방대보다는 열패감이 적었는데 결과는 달랐다"면서 "가뜩이나 심한 수도권, 지방간 차별을 심화시킬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지방 거점 국립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C씨는 "학교에서 법학을 학문 중심으로 수업해 시험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학교가 학생을 비교적 자유롭게 놔둬 (합격을 위한) 분위기가 정립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 외의 합격률 차이로 수험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 중인 D씨는 "합격률 공개 때문에 입시 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합격률 공개가 서울-지방간 차별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방대 로스쿨, 잇단 대책 회의

경북대, 동아대, 부산대, 전북대 등 로스쿨은 관련 대책 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엄격한 학사관리와 교육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합격률 공개로 서열화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만든 한국법조인협회 이호영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합격률 줄 세우기는 로스쿨 취지에 역행한다"며 "합격률이 아니라 실무교육의 내실화, 로스쿨별 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 로스쿨의 낮은 합격률에 대해 "교수 역량, 학사 관리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지방 균형 발전 등 취지를 고려해 지방 로스쿨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법학 교수들은 기존 사법시험(사시)제도를 부분적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는 성명서를 통해 "로스쿨 제도가 완전히 실패한 제도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특정 명문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독식 현상은 더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로스쿨에 속하지 않은 법과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단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