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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은행권 깊은 한숨

금융당국, 45% → 47.5% 목표비중 상향조정 추진
시장선 금리인상 기조 불구 여전히 변동금리 선호 추세
주신보 출연요율 우대 확대..실질적인 인센티브 안돼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확대 추진에 은행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인센티브는 물론 패널티도 없기 때문에 은행들은 눈치껏 목표치만 채우고 있는 상황인데,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서는 변동금리 주담대 수요가 늘고 있어 은행들은 당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 상황 속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중을 작년 45%에서 올해 47.5%로 상향조정했다. 금리 인상 시기에 변동금리 주담대는 차주의 이자 부담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고정금리 주담대를 통해 차주의 이자 부담을 줄여 준다는 계획이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은행들이 수익성이 좋은 변동금리 주담대 판매를 선호하는 만큼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중을 높여 변동금리 주담대로의 유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금리 인상시기에 수익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 판매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균등하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변동금리 수요가 여전히 많다. 전금융권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 자료에 보면 작년 2월 34.5%를 차지했던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작년말 33.2%로 감소했고, 올 2월에는 32.7%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중요한만큼 아무리 금리 인상 기조로 변동금리 인상이 우려돼도 현재 시점에서는 고정금리가 더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이 이러해도 시중은행은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 KB국민은행은 혼합형 주담대의 대출금리를 0.15%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작년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보면 신한은행이 45%, KEB하나은행이 51%, 우리은행이 49.2%로 올해 목표비중도 넘어섰고, KB국민은행도 41%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에 맞춰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호해 (고정금리 대출비중) 추가 확대는 솔직히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센티브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고정금리대출 취급실적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 우대요율을 현행 연 0.01~0.06%보다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주신보는 정부가 서민의 전세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운용하는 기금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주담대를 취급할 때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주신보에 출연해야 하며 이는 보증 및 대위변제 재원으로 활용된다.

문제는 주신보 우대요율 확대는 은행의 인센티브로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주신보 출연금 부담이 없어진다면 그만큼 이자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 사실상 우대요율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되기 때문에 주담대를 빌린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주신보 출연료는 고객금리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출연요율이 우대되면 고객금리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뿐 은행에 오는 인센티브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를 위해 패널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패널티가 마련되면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패널티를 부여할 경우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인센티브도 없고 패널티도 없는 상황에서 알아서 잘하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