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 체결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문 특보에게 주한미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전달하며,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사실상 '구두경고'를 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린 건 지난해 6월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 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
文대통령 북미회담 악영향 우려..직접 해명
논란이 된 부분은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제목의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더 이상 주한미군 주둔이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문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을 겨냥, 직접 입장을 내놓은 건 그간 문 특보의 돌출 행동을 '학자적 소신'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점을 미뤄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문 특보 주장에 대해 "문 특보는 대통령 특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정도로 대응했다.
청와대는 표면적으론 문 특보의 '학자적 소신'을 강조했지만 이때부터 오전 8시10분께 열리는 임 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와 문 대통령과 참모진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선 이번 사태를 위중하게 보고, 긴박하게 상황을 정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주목되는 대목은 임 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상의 '경고'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미국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닌가. 또 미국에 하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 때문에 민감하게 다루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 하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청취 통로로서의 문 특보의 역할을 강조했다.
■
북미대화 앞두고 혼선 차단 주력
청와대의 문 특보에 대한 대응기조가 달라진 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하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후속 과제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채널 가동을 주문할 정도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미국과의 신뢰 구축이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론은 평소 문 대통령의 지론과도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외교교사에 대한 두 번의 경고장이 사실상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경질이나 사임요구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