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여름올림픽은 아픈 역사로 남았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 출신 테러범들은 당시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잠입해 체조선수 11명을 인질로 잡았다. 진압 과정에서 테러범과 인질 모두 목숨을 잃었다. 검은 9월단을 이끈 간부들은 9년에 걸쳐 죄값을 치렀다. 각각 프랑스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그리스 아테네 등에 흩어졌지만 모두 암살 당했다. 전화기나 침대 밑에서 폭약이 터지거나 근접 거리에서 권총으로 처형 당했다. 배경에는 이스라일 첩보조직 '모사드'가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뮌헨'이 검은 9월단 사건을 다뤘다. 당시 작전을 지시한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지만 정치적으론 괜찮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모사드(Mossad)는 '정보 및 특수작전 연구소'라는 뜻의 히브리어 약자다. 1951년 총리 직속기관으로 창설된 모사드는 2차대전 중 학살 때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에 이주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사들을 암살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관'으로 불린다. 1960년엔 나치전범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붙잡아 법정에 세웠다. 시리아 첩보조직 고위층에 스파이를 침투시키기도 했다. 현재는 직원 1200명에 전 세계 3만5000여명의 외부 정보원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지만, 모사(謀士)가 많으면 평안을 누린다"는 성경 구절이 모토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보당국을 통해 이란이 비밀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5만5000쪽에 이르는 문서와 콤팩트디스크 183장이다. 문서와 CD에는 핵무기 디자인과 핵물질 및 설비 생산계획, 동영상 등이 포함돼 있다. 핵개발을 부인해오던 이란측 주장을 뒤집는 증거들이다.
모사드는 이란 테헤란의 허름한 창고를 2년 가까이 감시하다 급습해 이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모사드가 작전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500㎏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이스라엘로 가져왔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도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을 가질 순 없을까.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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