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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7]文대통령 "주한미군, 평화협정과 무관"…문정인 특보에 경고

문 특보, 美 외교지에 기고 "주둔 정당화 어려워" 주장
靑,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美의 불필요한 오해 차단
임종석 실장, 문특보에 전화 "혼선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

[포스트 4·27]文대통령 "주한미군, 평화협정과 무관"…문정인 특보에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을 국빈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문 특보에게 주한미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전달하며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사실상 '구두경고'를 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린 건 지난해 6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 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文대통령 북·미 회담 악영향 우려…직접 해명

논란이 된 부분은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더 이상 주한미군 주둔이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문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을 겨냥, 직접 입장을 내놓은 건 그간 문 특보의 돌출행동을 '학자적 소신'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점을 미뤄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 "문 특보는 대통령특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정도로 대응했다.

청와대는 표면적으론 문 특보의 '학자적 소신'을 강조했지만 이때부터 오전 8시10분께 열리는 임 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와 문 대통령과 참모진의 티타임 자리에선 이번 사태를 위중하게 보고, 긴박하게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되는 대목은 임 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상의 경고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미국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닌가. 또 미국에 하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 때문에 민감하게 다루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청취 통로로서 문 특보의 역할을 강조했다.

■북·미 대화 앞두고 혼선차단 주력

청와대의 문 특보에 대한 대응 기조가 달라진 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하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후속 과제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채널 가동을 주문할 정도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선 미국과 신뢰 구축이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론은 평소 문 대통령의 지론과도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대북억지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외교교사에 대한 두 번의 경고장이 사실상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경질이나 사임요구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