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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 옮긴 뒤 극심한 스트레스 사망.. 법원, 공무원·PD 업무상 재해 인정

보직을 옮긴 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급사한 법원 공무원 및 라디오 PD에게 법원이 잇달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부장판사)는 박모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02년 법원 서기보로 근무를 시작한 박씨는 2016년 7월 11일 동료들의 권유로 민사집행과로 지원해 발령받았다. 박씨는 이곳에서 경매사건 절차 진행과 관련 민원을 담당했다. 박씨는 발령 전 부서 업무로 늘 야근을 했던 탓에 경매 업무에 대해 충분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고 특히 전임자가 다른 법원으로 전출을 가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경매 업무를 맡은 후 늦게까지 야근을 했고 집에서도 경매 공부를 했다.

이에 스트레스를 받던 박씨는 발령 3일 뒤 병원에서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받고 수액 치료를 받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이후 인사담당자와 상의 끝에 19일 다른 보직으로 변경했으나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매업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해 새로 맡은 업무로 인해 정신질환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평소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보여 경매 업무 부적응에 큰 상실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겼고 이로 인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결국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도 기자에서 라디오PD로 보직을 옮긴 뒤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숨진 A씨(사망 당시 56세)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질병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는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더해져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갑작스럽게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PD업무는 A씨가 오래 전에 경험한 일이었고 나이가 많았던 그에게 최신 장비를 조작하는 업무는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업무 미숙으로 인한 잦은 실수와 낮은 인사고과, 학교 후배가 직속상관이라는 등의 상황은 A씨의 직장 생활에 만성적인 어려움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생방송 2개를 진행하면서 매일 초과근무를 했고 사망 전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약 2개월에 걸쳐 과로나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기존 질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