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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회의]文대통령-李총리 "세번 만났으니 오랜 친구같다"...주옥같은 인사말로 되짚어본 한중관계


[한중일 정상회의]文대통령-李총리 "세번 만났으니 오랜 친구같다"...주옥같은 인사말로 되짚어본 한중관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일본 도쿄 영빈관 '하고로모노마'에서 열린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 중국의 글귀처럼 세 번이나 뵙게 돼서 편안하면서 오래 친구 같이 느껴집니다."(문재인 대통령)
"대통령의 말씀처럼 우린 세 차례 만났으니 옆 친구가 됐습니다."(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문 대통령과 리총리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만남 때마다 은유를 활용한 격조있는 인사로 양국간 긴장 상태에서도 관계 개선에 대한 신호를 주고 받았다.

9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제국호텔)에서 만난 양측은 이번엔 중국의 속담을 인용, 서로를 "친구"라고 칭했다. 앞서 두 번의 회담에서 '봄'이 양국관계 회복의 상징으로 언급됐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관계회복에서 나아가 '친구가 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협력에 사의를 표하며, "이번 회담이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중국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동안 한·중 관계를 복원시키고, 다시 정상궤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며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우린 세 차례 만났으니 옆 친구가 됐다"며 "옆 친구 사이에서도 더 자주 만나면 관계는 더 새로워지고 더 새로운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한국과의 양자관계를 건전하고 안전한 관계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한국 측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를 언급했다.

양측의 회담 시작 발언은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가리키는 말로 요약된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 첫 회동 때엔 문 대통령이 "꽃 한송이 핀 걸로는 봄이 아니다"는 중국의 한시를 인용, 중국의 즉각적인 사드 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리 총리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중국 시인 소식(蘇軾)의 시구인 "봄 강물이 따뜻해진다는 건 강물에 사는 오리가 먼저 안다'(春江水暖鴨先知·춘강수난압선지)"는 말로 대응했다. 즉각적인 보복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문 대통령에게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해 12월 리 총리는 문 대통령 방중 당시 이뤄진 회담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훨씬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게 됐다"는 말로 보다 적극적으로 사드 보복조치를 해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를 바둑에 빗대 "'미생'의 시기를 거쳐서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서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길 바란다"며 양국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분야가 많다"며 삼성·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보조금 차별 해제, 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 해소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직접 거론했다. 리 총리는 "중단됐던 협력사업이 재가동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 큰 틀에서 '봄을 향해 가자'는 방향성에서 일치를 봤다.

문제는 속도다.
중국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문 대통령이 6개월 전 첫 만남 당시 거론한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 금지 조치도 최근에서야 풀리는 모양새다.

이번 회담에선 관계 개선의 속도를 점검하는 한편,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포함한 남북미중 4자 회담에서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 북한의 개혁개방 및 대북경협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