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안정적? 그만큼 채용도 근무환경도 보수적"
#1. 윤성현씨(31.가명)는 취업 재수를 하고 있었다. 100여개 가까운 입사지원서를 쓰고 있던 중, 우연히 쓴 서울소재 명문대에 일반행정직 교직원으로 입사했다. 중공업 대기업에도 함께 붙은 윤씨는 고민 끝에 교직원을 하게 됐다. 현재는 인사팀에서 채용을 담당하고 있다. 윤씨는 "입사를 하고 인사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객관적인 지표를 떠나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결국엔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한다.
#2. 배영석씨(30.가명)는 취준생이었을 때 일반기업보다는 공공기관 쪽에 중점을 두고 취업준비를 했다. 그러나 소위 '스펙'이 높지 않아 번번이 서류탈락의 고배를 마시곤 했다. 그러다 자신의 전공을 우대해 주는 수도권 사립대에 지원해 최종합격까지 하게 됐다. 배씨는 "대학 조직이 일반 사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수요가 있는 자리에 맞게 뽑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전공이나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경험을 쌓은 덕분에 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시출근과 정시퇴근, 방학 때면 단축근무, 정년보장과 호봉제, 거기에 '사학연금'이라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까지. 취업준비생들은 대학교 교직원이 되는 것을 '신이 내린 직장'에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신이 내린 직장엔 어떤 이들이 들어갈까.
13일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5년차 이하 대학교 교직원들은 "안정적인 조직이라 채용도 보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조직이 안정적인 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며 "나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지만, 이미 매너리즘에 빠진 인력들이 많아 힘들기도 하다"고 전한다.
■"학벌.스펙 많이 봐"
윤씨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서류면접에서 거의 '학벌'과 '학점'만 본다. 전국에 있는 대학과 전공을 5000등급으로 세분화해 가중치를 부여한다. 거기에 학점을 넣어 수치화하고 서류면접 커트라인을 정한다. 윤씨는 "영어는 국제교류 같은 해당 분야에서만 중요하게 보고, 자격증은 변호사나 회계사 정도 말고는 크게 유리할 게 없다"며 "자기소개서는 주로 면접에서 쓰이고, 서류면접에서 인사담당자가 이상한 자소서를 거르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대학에서 교직원을 뽑을 때 학벌이나 스펙을 많이 본다'는 선입견에 대해 배씨는 "학벌과 스펙이 전부인 건 아니지만 중요한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며 "인서울 중상위권 정도의 학벌을 가진 교직원 분포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스펙 뒤집을 무기는? 경험
배씨는 취직 이후 회사선배들로부터 "너의 전공과 관련 경험이 뽑히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배씨는 관련 전공과 관련해 대기업 2곳에서 실습 경험이 있었다. 그는 "실습, 인턴 등 실제 기업 현장에서 겪었던 내용들을 대학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면접 때 잘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입사 당시 홍보팀 정원이 생겨,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한 명 뽑혔다"며 "처음엔 순환근무를 하지만, 조직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자신과 맞는 부서로 가게 되는 것 같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슈퍼맨보다는 자신의 직무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를 원하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성은 장점이자 단점"
교직원 취업선배들은 직장의 장단점을 묻자 단점을 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은 "많은 곳에서 장점이 알려져 있는데 조직의 민낯을 제대로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안정성'이라는 장점은 '양날의 검'처럼 단점으로도 작용될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최씨는 "'장점은 내가 잘리지 않는 것이고 단점은 저놈(상사)도 잘리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정년퇴직하기 전까진 계속 함께 일해야 하다 보니 업무적으로건 사적으로건 확실히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교직원이라고 해도 무조건 칼퇴근은 어려우며 부서에 따라서 자주 야근하는 경우도 많다"며 "대학 구조개혁평가 등 정부 정책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이 아닌 이상 전반적으로 업무 강도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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