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헌 불발… 지방분권 동력 잃어
현행법 테두리서 지자체 책임 늘릴것
한반도 훈풍에 행안부 역할 중요해져
접경지역 이름 '평화지역' 변경 검토
취임1주년을 한달여 앞둔 김부겸 장관에게는 '꿀벌겸'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지난해 6월 중순 행안부 장관으로 취임한 그는 그동안 그야말로 꿀벌처럼 바쁘게 현장을 뛰어 다닌 걸로 유명하다.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부부처 서무 기능을 하는 행안부 속성상 업무가 광범위하고 특히 재난안전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좀처럼 쉴 틈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재난이 일어나면 그 누구보다 신속하게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갈 정도다.11월 포항지진 때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런 현장행정의 경험 덕분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잇따라 발생한 제천, 밀양 화재때도 현장으로 뛰었다. 지난 3월 예비소방관들이 유기견 구조 실습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장례식장을 찾아 없는 규정을 신설해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게 법안을 개정했다. 1년여를 쉼없이 달려온 그이지만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산더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지방분권이라는 과제를 언급하며 중앙과 지역간 격차를 줄이는 수평적 분권의 중요성을 역설하고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바로 지방분권이다. 6월 개헌이 무산되면서 지방분권의 큰 동력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뤄야 지방분권을 추진하는데 큰 동력을 얻는데 이게 무산돼 제동이 걸린 것이다. 최대한 현행 법 테두리내에서 지방분권을 할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현재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방분권에는 균형발전이 수반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직적인 분권만 이루어지면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하던 가난한 자치단체는 더욱 빈사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기때문에 우리나라 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큰 경우에는 수평적 분권인 균형발전이 함께 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화해 훈풍 속 행안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빠트리지 않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여건 조성 마련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접경지역의 명칭을 평화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발전종합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그것이다. 현장에서 행정의 방점을 찍고있는 김 장관으로부터 지난 1년간의 소회와 향후 비전 및 전략을 심도있게 들어봤다.
―내달이면 취임 1년이다. 소회는.
▲'촛불혁명'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촛불에 담긴 국민적 열망을 국정 운영에 담아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촛불혁명에서 드러난 공동체 강화.국민 참여의 폭발적 요구와 시민사회의 성숙한 민주역량을 국정 운영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광화문 1번가를 운영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으려고 애썼다. 다만 일각에서 저의 민주당 대표 출마설이 들리는데 이는 저를 행안부 장관으로 임명한 인사권자에 대한 결례라고 본다. 앞서 대구시장 출마설도 나돌았지만 수차례 공언해 드린 대로 출마하지 않았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그야말로 재난안전 최일선에 서 있는데 그런 얘기가 자꾸 나오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겠나. 현재로서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소임에만 집중할 것임을 거듭 말씀드린다.
―남북간 화해의 훈풍이 불고 있다.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행안부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시점인 것 같다.
▲행안부가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 먼저 지자체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통일부와 협조해 적극 지원하겠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심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접경지역의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다. 접경지역 명칭을 평화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발전종합계획을 변경하겠다. 각종 규제완화와 접경지역 내에서 자전거대회, 통일열차 운행, 10경 10미 선정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접경지역과 서해5도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남북관계-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통일경제특구, 접경지역 교통망 확충 등 남북협력기반 구축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남북간 재난안전 협력도 적극 추진한다. 재난안전은 이념.경제논리를 초월한 한반도 전체의 안전과 주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남북이 적극 협력하고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분야다. 이를 위해 남북간 재난안전 공동대응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재난발생 정보공유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특히 백두산 화산폭발 위험 등 중대한 자연재해 위험요소를 공동 조사.연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씀한 바 있다.
―6월 개헌이 무산되면서 지방분권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헌을 제일 큰 동력으로 삼았고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철학이 잘 녹아있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된건 맞다. 그러나 현행조건하에서 필요한 법령 개정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게 무엇인지 정리를 하고 있다. 필요하면 법안을 제출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해서 지자체들이 자기 책임하에서 일을 할수 있는 여지를 만들겠다. 개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컸지만 다시 정비 하겠다. 논쟁을 다듬어 가야한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다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간 언밸런스가 너무 심하다. 중앙정부가 소외지역을 보호하는 기능없이 분권만 해버리면 안된다. 지방에서도 분권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는데 격차가 더 벌어질 제도 도입에 동의 할리 없다. 그러나 기존의 중앙집권적 국정운영 방식으로는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과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줘야한다.
―지방분권의 선결조건인 재정분권안 발표 지연 이유는.
▲자주재원 확충과 지방교부세 균형기능 강화를 담은 재정분권 종합대책도 조만간 국민들께 보고드릴 예정이다. 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따라 주민들을 위한 맞춤형 행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우선 7대3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등 실질적인 지방재정 확충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지방세 비중을 확대할 경우 세원의 지역간 편차로 인해 세수 증대 효과가 전국에 골고루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지방교부세 균형기능 강화,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발전 등 지역 간 재정균형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논의가 상당 수준 진행된 만큼 조만간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확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유독 재난사고가 많았다. 정부가 추진할 국가안전의 방향은.
▲'국민이 안전한 나라'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의 최고 가치 중 하나다. 대통령부터 모든 공직자들이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해 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지난달에 마무리된 국가안전대진단 후속 조치를차질 없이 추진한다. 연이은 지진, 화재로 불안해하시는 국민들이 많다. 지진 분야는 민간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활성화하고 지진 긴급문자 발송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진방재 개선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화재분야는 앞서 4월에 발표한 정부합동 화재안전특별대책에 따라 7월부터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본격 실시하고, 화재안전기준을 이용자 및 안전약자 중심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우리 사회에 안전 불감증이나, 인재라는 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정부가 재난, 사고를 없앨 수 있는 만능열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거나 '나 하나쯤이야' 하며 기본 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안전한 사회는 요원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모습들이 충분히 뿌리내려야 한다.
―박정희 정권 당시 받았던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죄에 대해 재심을 받게 됐다.
▲제가 신청한게 아니다. 10년 전 민주화운동 보상법 통과될 때 의원들끼리 모여서 우리는 선출직 공직자 당선됨으로써 사회적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재심 신청을 하지말자는 성명을 냈었다. 이미 사회적 보상 받은거라서 안했는데 아닌 분들도 있었고 그들이 재심을 청구하고 무죄를 받았다. 그들 인생의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무죄를 받으면 형사 배상이 되는 데 그런 것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거 같아서 신청을 안했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신청을 안했던 140명에 대해 검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노사간 대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견지하고 있는 행안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잘 안만나준 적이 없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공노총, 전국통합공무원노조(통공노) 등 우리가 안만날 이유가 뭐가 있나. 단계적으로 실무협의부터 거쳐서 오고 있는 과정이다. 장관 취임하자마자 사무실까지 갔고 전공노는 매일 아침 만났다. 전공노 복직문제는 진선미 의원이 '공무원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을 발의해 놓고 있다. 이에대한 반대나 부정적인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복직이냐, 새로 임용이냐를 놓고 미세한 차이가 있다. 우리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논의해 나가야 한다.
대담 =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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