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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불링'에 멍드는 10대..."지옥으로 초대"

초대장도 없다. 영문도 모른채 지옥으로 초대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욕설을 들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보급에 따라 학교 내 사이버 불링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이버 불링을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욕설을 퍼붓거나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성폭력 2차 가해, 욕설 난무
사이버 불링에 당한 학생들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괴로움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충청도에 거주하는 W양(16)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2명과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 다퉜다. 얼마 지나지 않아 W양은 '카톡감옥'으로 초대받았다. W양을 기다리던 동급생 6명은 W양의 사진을 캡쳐해 올리며 '이XX 못생겼다', '얘 완전 쓰레기다'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W양 부모에 대한 욕설도 난무했다. W양이 단톡방에서 나오고 다시 초대되는 일이 반복됐고 결국 사흘간 괴롭힘이 이어졌다.

W양이 대답을 해도 안 해도 욕 먹기 일쑤였다. W양은 "이때 너무 힘들어서 손목을 긋기까지 했다. 지금도 희미하게 흉터가 남았다"며 "이 일이 있은 후 친구를 사귀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심각성 인식, 학폭위 처분 내려야"
사이버 불링은 스마트폰 보급 등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신고된 사이버 불링은 900건, 2013년 1082건,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그리고 2016년에는 2122건까지 증가했다. 2017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내 괴롭힘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이 10%에 달한다. 또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 중 사이버공간 내 폭력 비율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사이버 불링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통해 처벌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는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차원에서 사태 확산에 대한 무마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이버 불링에 시달렸던 J양의 아버지 정모씨(48)는 "아이가 학교 폭력 상담기관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으나 당시 상담사가 '다음에도 또 그러면 신고하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다시 신고하자 해당 기관이 학교에 연락했고, 학교 측은 딸에게 '별 일도 아닌데 왜 학교가 아닌 기관에 신고를 했냐'며 핀잔을 줬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교사들이 사이버 불링을 '아이들 싸움'으로 간주해 자체적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 화해하라고 종용하는 방식은 근본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이버 불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학폭위를 통해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또 "사이버 공간에서는 죄의식 없이 가해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에 피해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며 "형식적인 사이버불링 예방 교육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