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 단체는 '나의 몸, 나의 인생, 나의 선택'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24일 열리면서 낙태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청와대 국민입법 청원이 23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가 열리는 등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데다 정부 부처 간의 입장도 엇갈려 논란은 커지고 있다.
■ “여성 신체·인생 우선”.. 법무부장관 해임 요구도
낙태죄 폐지를 외쳐온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는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와 인생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고 낳으라고 국가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와 함께 생부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법률, 임신중단을 위한 비교적 안전한 경구 복용약 '미프진'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시민 박모씨(36)도 “지금처럼 음지에서 낙태가 행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허울 뿐인 법을 바꾸는 게 낫다. 사실상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딨나, 상황과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라며 “여성들도 자기 몸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기 인생을 생각해야 한다. 남자들도 본인이 임신한다고 생각하면 지금과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법무부가 변론요지서에서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적시하고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법무부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법무부장관_해임’을 해시태그로 내걸고 “성교의 책임을 왜 여성만 져야 하나요?”,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21세기입니다”, “여성에 대해 비뚤어지고 시대착오적인 성인식을 가진 법무부 장관은 거부한다” 등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 처음으로 사실상 낙태죄 폐지 입장을 내놔 법무부와 다른 자세를 보였다.
■ “낙태 허용시 더 큰 사회적 문제”
법무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설명자료를 내고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무책임한 여성으로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은 성장 상태와 무관하게 보호돼야 할 중대한 기본권이고,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과잉제한되고 있지 않으므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 허용이 여성이 임신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낙태 허용 시 낙태율 급증,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 생명경시 풍조 확산 등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병리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낙태죄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만약 임신을 해도 낙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더 문란한 성생활을 갖고 생명을 경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모씨(54)는 “낙태가 이미 암암리에 실행되고 있는데 낙태죄마저 폐지되면 고삐 풀린 듯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낙태가 만연한 사회가 되면 성도 가볍게 생각할 것”이라며 “사람들 사이에 애가 생기면 ‘지우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등 생명 경시 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
법으로라도 명시해 놔야 사람들이 더 조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모씨(29)도 “낙태죄 폐지에 반대한다. 낙태는 생명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여성의 권리보다는 생명의 존엄이 우선되야 하지 않나. 여성 몸에 있는 수정란을 생명으로 볼 지 판단하기 애매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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