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여부 공개변론 열려 시민단체 찬·반 여론전
"폐지 요구는 성교하고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법무부 변론요지서 논란
여가부, 폐지 의견서 제출
여성 인권단체 '비웨이브' 회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신 중단 합법화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아기자판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낙태죄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재성 기자
낙태죄 위헌 여부가 또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면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무부가 낙태죄 위헌 의견에 대해 '무책임하게 성교하고 책임지지 않는 여성'의 논리라고 해석되는 문구를 넣은 공개변론 요지서를 헌재에 제출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낙태죄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생명권 존중 vs 자기결정권 보장
24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 진행된 헌재 앞은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낙태반대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낙태죄 합헌 결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낙태가 여성의 권리라는 주장은 태아가 독립적 인간 생명이라는 기본 전제를 무시한 처사"라며 "태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지켜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 또 다른 시민단체들은 낙태죄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헌재는 2012년 낙태죄와 관련한 잘못된 판결을 유지해선 안 되고 평등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번 문제는 단지 성 뿐만 아니라 학교와 노동, 임금 등 사회 전반의 여성 차별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낙태죄 폐지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시민들 의견도 엇갈렸다. 손모씨(54.여)는 "낙태가 이미 암암리에 실행되고 있는데 낙태죄마저 폐지되면 고삐 풀린 듯 더 자유로워질 것이고 낙태가 만연한 사회가 되면 성도 가볍게 생각할 것"이라며 "법으로라도 명시해 놔야 사람들이 더 조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모씨(29)도 "낙태는 생명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여성의 권리보다는 생명의 존엄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 여성 몸에 있는 수정란을 생명으로 볼 지 판단하기 애매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모씨(36.여)는 "지금처럼 음지에서 낙태가 행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허울뿐인 법을 바꾸는 게 낫다"며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상황과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것인데, 여성들도 자기 몸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기 인생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는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와 인생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고 국가적으로 낳으라고 유도하는 것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와 함께 생부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법률, 임신중단을 위한 비교적 안전한 경구 복용약 '미프진'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변론 요지서 '파문' 법무부장관 해임 요구도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법무부가 변론 요지서에서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적시하고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박상기 법무부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법무부장관_해임'을 해시태그로 내걸고 "성교의 책임을 왜 여성만 져야 하나요?",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21세기입니다", "여성에 대해 비뚤어지고 시대착오적인 성인식을 가진 법무부 장관은 거부한다" 등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 처음으로 사실상 낙태죄 폐지 입장을 담은 공식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법무부와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청와대 국민입법 청원은 23만명을 넘어섰다.
kua@fnnews.com
김유아 최용준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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