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석유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연료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송 체계 대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이들 업체가 친환경에너지 뿐만 아니라 차량공유와 자율주행차 개발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중 특히 유럽 기업들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석유 수요가 절정에 오른 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뿐아니라 충전 기술, 태양 및 풍력 발전에 이르기까지 등 다양한 친환경 전기 시장으로 진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스라엘의 고속 충전 배터리 업체 스토어닷(StoreDot)에 2000만달러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사모펀드 NIO캐피털과 중국의 고속 수송 기술 개발을 위한 제휴도 합의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전기차용 고속 충전망 업체 프리와이어(FreeWire)를 인수했다.
로열더치셸은 지난해에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망 운영업체인 네덜란드의 뉴모션(NewMotion)을 인수했다. 토탈은 자체 배터리 사업부인 사프트(Saft)로 차세대 전기차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메이저들은 차량공유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페어파일럿(FarePilot)의 대주주인 셸은 자가용 소유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BP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펜서 데일은 공유 차량 이용이 늘고 특히 운전사가 없는 무인차 사용까지 증가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이용료 부담이 40~50% 떨어지면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일부 석유업체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헝가리 석유가스 개발업체 MOL그룹의 경우 지난해 3분의1이 전기차로 구성된 300대 규모의 자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했다.
FT는 이를 두고 변화에 대비해 준비를 일찍 앞당긴 사례라고 소개했다.
유럽의 석유 메이저들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와 미국의 셰브론, 엑손모빌은 신흥시장 주도로 해상 및 공중 화물 수송량이 늘면서 석유 수요 상승세가 2040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전기가 연료를 대체 할 수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우디의 공공투자펀드가 2년전에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지분 5%를 35억달러에 사들이고 차량 공유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석유 수요가 언젠가는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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