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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격전지를 가다-2]보수-진보 할 것없이 민심 요동치는 경남지사 선거

<2> PK 지각변동 진원지 경남
김경수 대 김태호인데 文대통령, 洪대표 이야기만 나와
보수진영에 대한 애증과 실망감, 복잡하게 얽혀 
김두관 배신감과 안상수 공천 배제 '변수'

[6·13 격전지를 가다-2]보수-진보 할 것없이 민심 요동치는 경남지사 선거
시민들이 3일 경남 창원 시청사거리에서 길을 건너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나흘째인 이날 창원 시내 곳곳에선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사진=남건우 기자
【창원(경남)=남건우 기자】 "내는 아직 몬 정했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첫 주말을 맞은 3일 오후.

경남 창원의 마산어시장에서 식당일을 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평생 보수정당만 찍었지만 이번만큼은 선택을 투표일 목전까지 미뤘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마산에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씨는 "보수 밀어줬는데 뭐했나 싶다"며 "또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감도 있으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 푼다꼬 하는데 이래하다 또 시부지기(슬그머니) 끝날 수도 있을 것 같고 누구를 뽑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경남 시내 곳곳에서 만난 지역 민심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 보다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다. 지난 대선의 '리턴매치'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비롯한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감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과거 영남지역의 경우 보수의 아이콘이었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야당과 현 정부의 1년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와 실망 등이 복잡하게 얽혀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또 남북 및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남북화해 움직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과연 6.13 민심에 어떻게 투영될 지 주목된다.

■"한국당 지지할래도 야당 역할 못한다"
[6·13 격전지를 가다-2]보수-진보 할 것없이 민심 요동치는 경남지사 선거
한 여성이 3일 창원 시내에서 선거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남건우 기자
이날 창원 시내 곳곳은 선거운동 나흘째를 맞아 현수막이 달리고 벽보가 나붙어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따금 노래를 튼 유세차량도 눈에 띄었다. 창원은 경남 최대 선거구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다. 경남지사 선거에서 창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이유다. 시민들은 벽보를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고, 길을 가다 멈춰서서 각 후보 로고송을 들으며 '선거의 계절'을 맞이했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건 분명하지만 온도차도 느껴졌다. 중장년층 마음에는 애증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택시기사 이영혁씨(64)는 "홍 대표가 지사는 나름대로 괜찮게 했지만, 뭐 그때도 홍 대표 선택했다기보단 한국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문 대통령이 남북 문제는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 대표는 201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경남지사를 지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심정으로 한국당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선거 벽보를 둘러보던 최모씨(70)는 "김경수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건 지난 정권 탓인데 그래도 경남은 원래 보수"라고 했다. 젊은층에선 변화의 바람이 좀 더 뚜렷해 보였다. 이날 창원대학교에서 만난 20대 여성 박모씨는 "이번 선거에선 김경수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에서 나고 자란 김주영씨(26)는 "예전엔 젊은 보수들도 많았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김두관, 뽑아줬더니 섭섭해" "안상수 공천 배제, 표 깎아 먹을지도"
역대 경남지사
이름 임기 당적
김태호 2004.06.06~2010.06.30 한나라당
김두관 2010.07.01~2012.07.06 무소속(당선 후 민주통합당 입당)
홍준표 2012.12.20~2017.04.09 새누리당
(경상남도청)
민주당 소속으로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이나 이번에 창원시장 재선에 도전한 안상수 후보도 도지사 선거의 작은 복병들로 꼽히고 있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당선됐지만, 2년 뒤 대선 출마를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창원 시내에서 만난 70대 박모씨는 "(김 전 지사로부터) 아이고 뭐 소식도 없대예"라며 "여기서는 완전 별이었는데 그렇게 나가가지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좀 실망스럽다"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한 50대 여성은 "(김 전 지사에게) 서운한 감이 있다보니까 김경수 후보도 몬 믿겠다"고 이야기했다. 김두관을 향한 경남도민들의 마음은 향수와 서운함이 교차했다.

김 전 지사에 대한 실망감이 민주당에 섣불리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면, 안상수 후보 출마는 한국당 표심의 분산 가능성을 열어놓은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됐다. 한국당 소속이던 안 후보는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택시기사 김모씨(54)는 "안 시장은 마산고등학교 출신이다보니까 마산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편"이라며 "마산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데 한국당이 공천을 안 줬으니 반발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경남의 민심이 이처럼 크게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 29~30일 이틀 동안 경남도민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김경수 후보 지지율이 55.9%로 김태호 후보(32.4%)를 앞섰다.
김유근 바른미래당 경남지사 후보는 4.3%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는 자동응답 방식(무선 60%, 유선 40%)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4%로 집계됐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 오차는 ±3.4%포인트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