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노조위원장 자녀 등 명단까지 작성 청탁자 관리
남녀 합격자 수 조작한 하나·국민銀 법인도 기소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채용비리가 금융권까지 번진 가운데 검찰이 8개월간 수사한 끝에 시중은행장 등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17일 "전국 시중은행 6곳의 채용비리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수사해 12명을 구속 기소,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혐의를 적용해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법인도 기소했다.
■행장 지시엔 불합격→합격
검찰에 따르면 각 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은행장 등 상급자나 지인, 중요 거래처로부터 채용 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별도로 명단을 작성해 전형단계별로 합격 여부 등을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 노조위원장 등도 자녀의 채용을 청탁하고, 이들의 자녀에게 인사직원들이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집중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KEB하나은행과 DGB대구은행은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있었고, 은행장의 특별 지시가 있는 지원자는 중점적으로 관리하면서 불합격 대상을 합격자로 변경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사전에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놓고 여성지원자의 점수는 낮추는 한편 남성지원자의 점수는 올리는 수법으로 남녀 합격자 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KEB하나은행은 상위권 대학 출신을 선발하기 위해 합격대상인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낮춰 탈락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BNK부산은행은 도금고 또는 시금고 유치를 위한 로비 명목으로 정·관계 인사의 자녀를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일부 정·관계 인사들이 채용 과정에서 자녀가 불합격을 통보받자 합격을 요구한 사실도 적발했다.
■은행장도 예외 없이 수사대상
전·현직 은행장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전직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간부의 조카, 자녀 등 불합격 대상자를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같은 해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고 남녀비율을 4대 1로 차별해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대구은행에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18일 구속 기소됐다. 부산은행 시세조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받은 성세환 BNK금융지주 전 회장도 채용비리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이들 은행 6곳에서 △임직원 자녀 청탁 △외부인 청탁 △성차별 채용 △학력 차별 △지역 우대 등 채용비리에 연루돼 기소 대상에 포함된 은행 관계자는 무려 695명에 이른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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