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없는데 죄기만 하니까 답답하죠. 인력난에 인건비 부담까지 (기업 스스로) 감당해 낼만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중소 제조업체 대표)
"제도 개선에 따른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원활한 현장 안착을 지원하는데 힘을 모으자."(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자들이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확대 등 선순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와 경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기업은 추가 비용에 따른 경영상 부담을, 일부 노동자들은 연장 휴일 근로 수당이 줄면 월급봉투가 얇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착화된 초과 근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 '주 5일제' 도입때 보다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주 5일제가 5인 미만 기업까지 정착하는데 7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점진적 제도 개선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탄력적 시간근로제 확대 등 시급하게 제도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모두 고민 깊어지는 생산현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파장은 중소기업이 더 심각하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것은 오는 2020년부터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원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만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인력을 더 채용하기 보다 자동화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성수기 때의 인력을 비수기때까지 항상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게 업체의 설명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소득에 대한 정책적 보전이 이뤄진다해도 일부 노동자들은 현실로 다가오는 수익 감소로인한 가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장근로 시간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과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근로자의 월임금은 평균 37만7000원(-1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일은 일대로 하고 근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발적인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현실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노동시간이 45시간을 넘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거나, '52시간 초과 근무는 팀별 개인 책임'이라고 책임을 미루는 등 '꼼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노사 갈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없이 연착륙하기 어렵다"면서 "초과 근무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비효율적인 경영 행태를 개선하고,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인건비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 규모만을 기준으로 하는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업종별, 기업별 임금 생태계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력적 시간근로제, 혼란 줄일 해법
경제단체들은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의 해법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경직된 근로환경에서 갑자기 줄어든 근로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탄력적 시간근로제는 2주와 3개월 이하 등 기간이 한정적이다. 반면 노동시간을 줄인 선진국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우리 나라보다 길게 설정하고 있다.
일본은 연장근무를 연간 최대 720시간으로 한정하고 매월 휴일 근무시간을 포함해 10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했지만 노사 협약에 따라 특별조항을 넣으면 1년에 6개월은 제한 없이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다.
또한 고수입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도 이달 일본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국과 프랑스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은 1년이며 독일은 기본은 6개월이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과 근로자의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면서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노사정이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성과를 공유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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